매일신문

이희대기자의 화목보일러 제작현장 체험

난방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겨울도 코앞에 다가왔다.

도시 서민들과 농어민들은 겨울나기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농촌은 비닐하우스 오이와 포도 등 겨울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부지기수이고 밀려오는 농업개방 파고는 농민들의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하고 있다.

이미 겨울이 시작된 산골마을은 장작불로 추위와의 싸움에 들어갔고 난방비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은 땔감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기나긴 겨울을 나야 한다

난방비 부담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힘겹기만 하다.

그나마 저렴한 난방비로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경북 의성군 봉양면 화전리에 있는 화전산업을 찾았다.

화전산업은 지난 1997년부터 화목(나무)보일러와 석탄보일러를 개발, 생산하고 있는 가내공업 형태의 조그만 공장.

50평 남짓한 공장에 들어서자 망치소리와 용접소리가 뒤엉킨 굉음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용접 작업에서 튀는 불꽃은 무대위 무희처럼 널을 뛰었다.

굉음들을 뒤로 하고 공장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5평 남짓한 사무실은 말이 사무실이지 창고나 다름 없었다.

이 작은 공장에서 화목(나무)보일러를 개발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기자가 의아해하자 상무 조영탁(47)씨는 "전체 직원이래야 배상윤(56) 사장을 포함 10명 미만이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입소문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살짝 귀띔해 줬다.

배상윤 사장은 "일일 보일러 생산량은 15대 정도지만 전국에서 들어오는 주문량은 일일 30대를 넘고 있다"며 "밤 늦게까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고 행복한 고민의 표정을 지었다.

배 사장은 "농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수원의 폐목과 건설현장의 폐목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농가에 적잖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화목보일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화목보일러는 기존의 기름보일러와 겸용이 가능한데다 연료비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고유가시대에 도시 서민들과 농촌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그는 기자의 갖가지 질문이 이어지자, 일손이 바빠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체험부터 하자고 재촉했다.

먼저 용접기를 잡았다.

막상 용접을 시작했지만 용접봉에서 나오는 불빛과 불똥들을 감당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한 곳에 오래 용접기를 갖다 대 두꺼운 철판에 여기저기 구멍을 내고 말았다.

돌아 온 것은 따가운 핀잔.

자리를 옮겨 보일러 몸체의 각진 부분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용접을 마친 부위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들을 그라인더로 갈아 매끄럽게 하는 공정이다.

용접보다는 휠씬 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시작해 보니 이 작업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불똥이 얼굴에 날아들고 손목에 힘을 주다보니 손에 땀이 흥건히 배이며 물집까지 잡혔다.

한곳을 오래 쳐다보니 눈물이 고이고 눈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배 사장의 부인 신정희(53)씨가 다가와 막걸리와 음료수를 갖고와 목을 축였다.

잠시 휴식하고 있던 중 울릉도에서 지난해 화목보일러를 구입해 간 주민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 주민은 이웃이 화목보일러를 구입하겠다고 부탁을 해 안부 겸 주문 전화를 했왔다는 것. 배 사장은 울릉도 주민에게 보일러를 택배로 보내느라 17만원이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셈이다.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150kg이나 나가는 보일러를 옮기기. 나름대로 힘은 자신 있었다.

사장과 둘이 끙끙대며 보일러를 옮겼으나 겨우 3대를 옮기고 난 뒤에는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공장 바닥에 털석 주저 앉았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이때 보일러를 설치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배 사장과 동행하기로 마음 먹고 화물차에 오르려고 했으나 기자의 몸으로는 더이상 체험이 힘들다며 막았다.

배 사장에게 작별 인사겸 돈을 많이 벌라고 하자 그는 "돈없고 힘없는 도시 서민들과 농민들이 따뜻하게 추위를 나는데 보탬이 되면 만족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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