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북문 근처 한 식당. 15평 규모에 빈 자리 없이 손님들로 붐빈다.
반찬을 7개나 내는데도 가격은 2천500원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은 이렇게 하지 않고는 문을 언제 닫을지 모른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1천원짜리 김밥을 파는 인근 분식점에도 사람들이 붐비기는 마찬가지.
반면 레스토랑에는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다수 메뉴가 4천원 안팎이다보니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
학생 김성환(25)씨는 "몇 해 전만 해도 과외 한 과목만 하면 30만원은 충분히 받았는데 요즘은 과외자리가 없어 주머니사정이 엉망"이라며 "4천원짜리 음식은 분에 넘친다"고 했다
가격할인경쟁은 식당보다는 술집, 노래방 등 유흥업소와 PC방 쪽에서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북대 북문 인근 대다수 유흥업소들은 간판 밑에 현수막을 따로 걸어놓고 있다.
'소주 3천원, 안주 3천원, PC방 400원, 노래방 3천원, 맥주 무한 리필' 등 가격을 내렸다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임수정(23·여)씨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밥이나 술을 사주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면서 요즘 술이나 노래방 등은 딴나라 얘기"라고 했다.
경북대 정문 부근 ㄷ막창 업주 정희석(38)씨는 "지난 추석 이후 주인이 민망할 정도로 식당을 찾는 손님이 없다"며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박리다매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4일 밤 영남대 인근 ㅅ고깃집.
대폭 값을 내린 이른바 '미끼상품'을 내걸고 손님들을 끌고 있다.
이 날 내건 미끼상품은 돼지갈비 1인분에 1천원. 단 5인분 이상 먹어야 하는 조건이다.
이런 곳은 싼값에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로 넘쳐난다.
김동업(23)씨는 "술 마실 돈이 별로 없으니 당연히 싼 가게를 찾는다"며 "1만원 정도면 세 명이 소주 2병까지는 마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남대 인근 술집들은 소주 한 병에 1천원, 3인분 가량의 돼지막창 한 바가지에 5천원 등 가게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미끼상품'을 한 가지씩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3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노래방 1시간 무료' 등 각종 이벤트를 시작한 ㅇ소주바 업주 소홍석(31)씨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절반 정도 줄어 '미끼상품'을 내걸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인근 가게들도 경쟁적으로 가격 파괴에 나서 재미보는 곳은 현수막·전단 업소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사진:학생들로 북적이는 대학 구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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