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더 큰 남의 떡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물론 사람은 욕심 때문에 더 큰 것을 바라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가 어떠하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내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식으로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욕심을 가지고 있는 한 남의 것이 더 커 보이는 착시에 빠질 수 있다

필자도 어릴 때 가난한 목사 가정에서 자라면서 그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성탄절 새벽에 어머니가 우리 삼남매 머리맡에 선물을 가져다 놓았는데, 어머니가 방에서 나간 후 잠에서 깨어 동생 것과 살짝 바꾸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풀어보고 나니 모두 똑같은 선물이어서 실망한 적이 있다.

맏아들인 나에게 더 큰 것을 주지 않은 사실에 실망한 것이다.

그래서 욕심은 사랑을 배반한다.

우리 대부분의 정서도 그러한 것 같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남의 것 특히 외제면 명품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깔려있는 듯하다.

그래서 짝퉁이라도 사서 입고 들고 다니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더욱이 언어에 있어서도 외래어를 써야 유식해 보이는 듯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온통 기업의 이름까지 외래어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편안함까지 느끼는 것일까?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남을 따라가고자 하는 정신이 깔려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잘 해봐야 2등에 지나지 않을텐데.

이러한 정서로 인해 우리는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만다.

항상 남의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선호하기에 우리 자신을 타자화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세계화의 길인 것처럼 착각한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세계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을 스스로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자신의 것에 대하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그리고 자신의 것을 계속 창조해 나갈 때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요 세계에서 우리의 자리를 매김할 것이다.

대구제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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