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아음악교육'오르프'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해요"

"북소리가 점점 커지면 동작이 커져야 해요. 북소리가 작아지면 동작이 어떻게 되죠?"

가을색 깊은 지난달 말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위치한 삼덕유치원을 찾았다.

저마다 앙증맞은 악기 하나씩을 들고 별인양 반짝이는 눈을 하고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30명의 원아들을 보았다.

이들은 '오르프'(Orff)라는 음악프로그램에 의해 교육받고 있는 중이었다.

'오르프'는 '카르미나 부라나'로 유명한 독일의 작곡가 칼 오르프(1895~1982)에 의해 창안된 어린이 대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오르프의 기본적인 목적은 어린이들의 창조적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오르프 이론에 따르면 음악적이지 않은 어린이는 없다.

오르프는 이미 작곡된 곡을 연주하기보다 악곡으로 형성되기 이전의 소리 자체를 탐색하고 음악이 형성되는 과정을 스스로 체험하게 한다.

오르프에서 모든 교육 과정은 별도의 악보 없이 노래와 춤 동작으로 이뤄진다.

오르프를 해보니 어떻냐는 질문에 삼덕유치원생 정유진(5)양은 두 팔을 한껏 벌리고선 "이 만~큼 재미있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 유치원 임예란 교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대로 악기를 치도록 한다"며 "정서 함양은 말할 것도 없고 발육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교육심리학에서 모든 아이들이 외향적이며 내향적인 아이는 없다고 배웠는데, 오르프를 시작하면서 이를 실감했다고 했다.

자신이 자유롭지 않으면 아이들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르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유치원이 오르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이번 학기부터다.

조정숙 원장(수녀)은 "오르프에서는 아이들의 자기 표현을 그대로 인정해줄 뿐 평가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매우 밝아지고 교육적 효과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광의의 의미로는 소리나는 모든 것이 오르프 악기이지만, 오르프용으로 개발돼 시판되고 있는 악기가 별도로 있다.

어린이들이 치기 편한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으며 타악기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실로폰이나 마림바처럼 생긴 글로켄스필과 메탈로폰에서부터 작은북, 리듬막대 등 다양하다.

실로폰 등을 포함한 악기 8개 한 세트는 300만원대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대구에서는 30여곳의 유치원에 오르프 악기가 보급돼 있다.

국내에는 오르프가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지난 6월 한국오르프-슐베르크 협회가 창립됐지만, 대구의 경우 대학에 교육 과정이 아직 없다.

대구 유일의 오르프악기 제작사인 한국오르프악기 이재성 대표는 "오르프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로부터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대구의 경우 한국 오르프-슐베르크 협회에서 교육을 받은 전문가(임원·회원)가 14명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오르프음악교육연구소 홈페이지(http://www.orff.org)에 접속하면 오르프에 관한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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