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베트남 등을 거쳐 수십, 수백명씩 대규모로 탈북자가 입국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수가 전국적으로 5천명(통일부 자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구지역만 해도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탈북자 460여명 중 7명이 지역에 안착하는 등 지난해 140여명이던 탈북자 수가 207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탈북자에 대한 정착 및 지원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탈북자들에겐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체제의 변화와 생활·문화 등의 차이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부나 사회의 관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지역에는 북한이주민 지원센터가 탈북자들의 상담처이자 정착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북한이주민지원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행정기관과 연계해 대구지역 탈북자들의 실태조사를 하면서 첫걸음을 뗐으며, 같은 해 6월 서구 비산5동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센터가 주목받고 있는 점은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들이 주로 복지기관 등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시민주도로 결성된 모임에서 주도해 탈북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
또 국내 일부 탈북자 후원단체들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지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들의 입국을 위해 소위 '브로커' 형식으로 입국에 주활동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센터는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안정된 생활정착을 위한 도우미 역할에 힘쓰고 있다.
이 단체는 현재 4명의 직원을 비롯해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탈북자가 대구에 처음 도착할 때부터 접촉해 교통, 의료, 문화 등 낯선 상황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알려주고 개인적인 고민 상담 등 일대 일 맞춤 복지서비스를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구는 탈북자 비선호지역
'탈북자에게 외면당하는 대구(?).'
최근 대구의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나온데 이어 새삶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북녘출신들마저 대구를 매력있는 터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센터 측 설명이다.
원하는 교육기회와 취업선택이 대구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해 5월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 박모(41·달서구 상인동)씨는 탈북자 적응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친 뒤 희망정착지를 신청할 때 서울지역을 신청했지만 엄청난 경쟁률(?)에 밀려 추첨을 통해 대구로 보금자리를 바꿨다.
하지만 막상 지역에서 경제활동에 나서봐도 뚜렷한 수익을 얻기 어려워 지금은 자신이 입국전 머물던 동유럽지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상을 하고 있다.
박씨는 "기회만 있다면 해외로 나가 살든가 수도권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탈북여성(32)은 "대구라는 도시가 이념·성향 등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얘기가 탈북자 사이에 퍼져 정착하기를 주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탈북자들의 대구 정착을 어렵게 하는 것은 교육의 기회부족 및 돈벌이거리가 제대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한재흥(45) 원장은 "탈북자들이 대구에 정착할 때는 대학 등이 많아 교육여건이 좋고 섬유산업으로 대표되는 산업구조로 인해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았다가 실상은 그렇지 못해 실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원장에 따르면 탈북자 경우 대학입학시 재외국인 전형대상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나 지역대학 대부분이 의대·한의대 등 인기학과 입학요건에 탈북자 선발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 일부 대구 정착 탈북자 가운데 최근 3명이 의대진학 등을 희망했다가 여의치 않아 부산 및 제주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진학하기도 했다.
이밖에 탈북자들이 대구를 선호하지 않는 다른 이유로 탈북자가 필요로 하는 기관들이 지역에 분산돼 있는 것이 꼽히고 있다.
복지, 교육, 고용문제 등 여러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북한이주민센터의 허영철(35) 상담실장은 "수도권 거주 탈북자는 교육 등 문제해결을 하는데 각 기관간 접근성이 높아 쉽사리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탈북자가 선호한다"며 "대구에 있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앞으로 2년쯤이면 특별지원기간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대구를 떠나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탈북자 늘어날수록 고민된다
탈북자들은 거주지에 대한 애착이 제일 크다고 한다.
이들은 정착지원 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2개월간의 사회적응교육을 마치면 각 지역별로 배정돼 입주할 공공임대주택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탈북자 입국이 계속 늘어나면 이들이 머물게 될 주택공급이 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특히 탈북자 상당수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 거주를 희망하고 다른 지역으로 배정받기를 꺼려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어 거주지 마련이 여의치 않게 되면 행정기관의 정착지원 노력에 불만을 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탈북 후 동유럽에서 수년간 지내다 1년 전부터 대구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박모(40·달서구 상인동)씨는 "1, 2년 전부터 탈북자 수가 급증하면서 집 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관계기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90년대 초반 이후 영구임대주택 건립이 중단된 상태인 데다 영구임대주택의 입주를 희망하는 일반 시민 대기자만도 100여명에 이르러 물량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에 따르면 정착기간이 5년 이상을 넘어 일반주택에 거주하는 10가구를 제외하면 대구지역 영구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탈북자는 160여 가구로 대구에 머무는 탈북자의 92%가 임대주택 주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환 시 복지정책과장은 "대구를 찾는 탈북자 수가 서울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아 거주지 마련이 어렵지는 않지만 가능한한 정착에 어려움이 없도록 주택확보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의 목표
북한이주민지원센터는 취업, 대구지역사회 동화, 동질성 회복 등 3가지를 탈북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꼽았다.
이에 따라 남북한 사회 바로 알기를 위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정착도우미 역할 수준에 그치던 것을 좀 더 확대해 활동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재흥 센터 원장은 "내년부터 탈북자 지원 사업에 나서기로 한 적십자사와 협조, 좋은 교육과정을 많이 만들 것"이라며 "탈북자 스스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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