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여

오는 17일은 제65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순국선열의 날을 국경일로 삼은 것은 1997년부터이나 이 날의 유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는 1939년에 우리민족이 사실상 식민지 상태로 빠지게 된 을사조약 늑결일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여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념해 왔고,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한 우리나라에서 1997년 법정 기념일로 복권, 제정하여 시행하게 된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침탈당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헌신하신 많은 독립유공자 중 일신과 가족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하고 구국의 제단에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명성황후가 일제에 의해 시해된 1895년 을미사변으로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애국선열들은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여 의병활동을 필두로 애국 계몽운동, 독립만세운동, 독립군 활동, 의열투쟁, 광복군 활동 등 국권회복을 위해 줄기차게 항쟁해 왔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장으로서, 태극단학생독립운동 및 대구사범학생독립운동 등 학생항일운동을 통해 꽃다운 젊음을 바치신 많은 순국선열들이 있고, 여성독립운동가로는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서훈받은 남자현 여사도 우리 고장 출신이며,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의병장으로 항일투쟁을 하다 순국하신 왕산 허위 선생과 안동 출신으로 만주지역 독립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인 석주 이상룡 선생 등 이름 높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충절의 고장으로 자부심이 높다.

그러나 우리가 매년 순국선열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역사적 사실로만 인정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 분들의 나라사랑정신과 희생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초석으로 삼고자 하는 뜻이 크다.

지금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현안으로 인하여 국론이 사분오열되고 경제난으로 인해 암암리에 확산된 맹목적인 물질만능주의와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공동체 의식은 실종되고 국민들이 패배감과 자조의식에 휩쓸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때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정신, 내 나라를 내가 지킨다는 주인의식이야말로 국력을 결집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며 세계화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순국선열의 날이지만 그 때마다 시사하는 바가 다르고, 되새기는 의미가 다른 이유는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오히려 굳건하게 지표가 되어주는 정신이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정신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치관이 달라지고 정권이 달라져도 이 나라를 지키는 정신은 순수한 마음으로 사리사욕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일 것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순국선열의 날에, 나라를 위해 위국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되새겨 민족번영의 초석으로 삼는 계기를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지방보훈청장 추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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