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교육인적자원부인 까닭

지난 2001년 1월말 교육계는 장밋빛 기대 속에 빠져들었다.

온 국민의 관심과 그만큼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정부 내 서열이 낮아 '국가백년대계'는커녕 3년짜리 대학입시제도조차 소신껏 못 바꾸던 교육부가 서열 2위의 교육인적자원부로 승격했기 때문이다.

장관은 부총리가 되고 부처의 권한은 국가의 인적자원개발정책을 수립·총괄·조정하는 범위로 확대됐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 부문만이 아니라 키운 사람을 활용하는 부문까지 통합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런저런 우려 속에서도 많은 이들은 학교와 기업, 정부와 사회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주도 아래 미래형 인적 자원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런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희망했다.

초·중·고 공부 따로, 대학 공부 따로, 취업 공부 따로인 비효율적 관행이 머잖아 사라질 수 있으리란 가능성도 꿈꿨다.

그리고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는 노동 시장의 변화를 실감한다.

암기 중심의 시험에 의존하는 고시나 학벌이 인생의 출발점을 결정짓는 낡은 체제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이 보인다.

한 기업체 신입사원 공채에 응시한 사법시험 합격자 전원이 영어 성적 불량으로 1차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거나, 또다른 기업의 면접에 참가한 해외 유학파 365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합격했다는 소식이 이를 입증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순전히 기업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중·고와 대학, 기업과 사회 각 분야가 한 자리에 모여 국가 수준의 인적자원개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종합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을 논의한 뒤 나온 모습이 결코 아닌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로 승격한 지 4년이 다 되도록 '따로 공부' 시스템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결과다.

'수능시험 부정행위'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교육부총리와 전국 시·도 교육감이 '면목 없고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사과' 발표나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도 결국은 여기서 연유한다.

수능 부정 사태 이후 교육계는 또다시 곳곳에서 쏟아지는 비판과 공격, 지적과 주장에 짓눌리고 있다.

수능시험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고, 내신성적은 어떻게 하며, 대입제도를 어찌 바꾸고, 학교 교육은 이렇게 만들라는 똑똑함이 판을 친다.

제도가 바뀌는 2008학년도부터는 어쩌고 하는 걸 보니 교육부도 덩달아 여기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단기 처방일 뿐 부작용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쯤은 우리 국민 누구나 직감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정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승격시킨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수장이 부총리가 되고, 조직이 커지고, 권한이 늘었다며 기뻐했을 뿐 역할과 의무에 소홀했던 지난 4년의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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