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우리 엄마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나오네?" "이 시는 ○○○어린이가 교내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내일부터 ○○할인점에서 바겐세일을 시작합니다." "이 노래는 요즘 베트남에서 가장 뜨고 있는 노래입니다."
내년 3월 1일부터 대구 달서구 신당동, 이곡 1·2동 주민들과 성서공단 노동자들은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방송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동네방송'으로 불리는 소출력 방송국이 첫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소출력 라디오방송은 FM주파수 대역(88~108㎒)에서 10W 이내의 작은 출력을 이용하는 지역 밀착형 동네방송. 전파 수신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방송사로부터 반경 5㎞ 내외에서만 들을 수 있다. 지난달 16일 방송위원회가 시범 사업자 8곳을 선정한 결과,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자치 방송을 내세운 '성서공동체FM'이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시범 사업자로 낙점됐다.
'성서공동체FM'은 전국 8개 시범 사업자 중 가장 특색있는 방송이다. 10만여명의 성서 주민을 대상으로 하되 성서공단에 일하는 노동자, 특히 5천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정수경(40) 성서공동체FM 대표는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성서공동체FM의 시작은 정 대표가 운영하던 사단법인 '영상교육 눈'에서 시작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일을 하는데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TV를 접하기 힘들어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수신기 가격이 싼 라디오 방송만한 매체가 없죠."
성서공동체FM은 비영리 단체다. 상업광고를 할 수 없어 프로그램 제작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은 협찬과 후원에 의존해야 한다. 1억4천만원을 들여 스튜디오를 짓고 방송 장비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살림은 빠듯하기만 하다. "운영 비용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상근 직원은 2명 정도만 두고 나머지 인력은 자원봉사와 아르바이트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방송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동네방송이에요. 가족, 이웃, 친구 혹은 외국인 노동자가 구성작가나 리포터, 아나운서가 되고 PD가 돼서 직접 제작에 뛰어들 수도 있어요."
낮 12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방송되는 성서공동체FM에는 주민들과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법률적 문제를 상담하는 '성서주민 작은 권리 찾기', 전통문화·전시·공연·문화재 등 문화정보를 담은 '문화 즐겨찾기', 자치단체의 활동을 소개 및 감시하는 '주민확대경' 등이다. 또 '달려라 라디오' 코너를 통해 초등학생 글짓기 발표, 노인들과의 대화, 책 읽어주는 엄마 등 현장 이야기 등을 담을 예정이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각 국가별로 출연해 본국의 소식을 들려주는 '아시아 주간 뉴스'와 이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어떻게 하우(HOW)' 등도 관심의 대상.
"기존 방송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이에요. 세련되지는 않겠지만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 그 접점을 찾기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성서공동체FM은 오는 7일 오후 7시 계명대 성서캠퍼스 바우어관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한미 정상회담 국방비 증액 효과, 'TK신공항' 국가 재정 사업되나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