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여성근로자 어울림 한마당

계명대·팔공산서 열려

"대구·경북사람들이 의외로 다정다감해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4, 5일 이틀간 계명대 한학촌과 팔공산 힐사이드 호텔에서 외국인 여성근로자 55명, 가족 25명 등 8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주여성 어울림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사)전국주부교실중앙회 대구지부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권 여성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만남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것.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4일 오후 3시부터 계명대 한학촌 경천당(敬天堂)에서는 알록달록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여성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 전통문화를 배우고 있었다.

오른손에 찻잔을 들고 왼손으로 다소곳하게 받치며 전통차를 마시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은 벌써 한국 여성이 다 된 듯했다.

대구에 온 지 3년째인 필리핀인 로에나 가스트로(29·달서구 월성동)씨는 "녹차 먹는 방법이 어렵지만, 한국의 차 마시는 예절은 멋있고 우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율리아 닝시(25)씨는 "주말이라 쉬는 날이고 사장님이 적극 추천해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막상 와보니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한국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몇몇 여성근로자들은 낯선 이국땅에서 일하며 겪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왔다는 나우까(35)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돈을 버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재미있는 일이 없다"며 "특히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할 때는 고향생각도 많이 난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필리핀에서 온 한 여성 근로자도 "월급을 못받는 달도 있고, 아파도 일해야 할 때가 있다"며 이주여성의 고달픔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매듭공예·짚공예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해보면서 얼굴에 미소가 흐리기 시작했다.

손귀순(59) 전국주부교실 대구지부 회장은 "산업현장에서 지역사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여성근로자들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주기위해 올해 처음 시도한 행사"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여성 근로자들에게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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