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 속에 푸른 당산 소나무숲이 드리워져 있는 한 고향은 소나무 마음으로 살아 있습니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이란 마음에서 늘 푸른 소나무가 사라진 사람입니다.
한국인의 마음엔 언제나 한 그루 푸른 솔이 서 있습니다.
"
소설가 정동주씨가 소나무 사랑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윤병삼씨의 사진이 은은한 솔향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소나무를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민족혼과 정체성을 간직한 숭배의 대상으로 되살려 내고 있다.
"자식이 귀한 집안에서 자식 점지해 주기를 기원할 때, 어렵게 얻은 자식이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해달라고 축수할 때, 병이 들어 고생하는 환자의 쾌유를 빌 때 어머니는 당산나무 앞에 정화수를 떠놓고 지성으로 기도 드립니다.
" 저자는 책 머리에서 당산나무인 소나무가 온갖 재앙으로부터 집안과 마을을 수호하는 민간 신앙의 중심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1961년도 발간된 대한민국 지도에 나타나 있는 마을 이름 중에서 송(松)자가 첫 음절에 들어 있는 마을은 모두 619곳이라는 사실을 통해 한국은 솔의 나라요 솔이 곧 한국인이며 솔과 한국인은 일란성 쌍둥이임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소나무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흔히 일본 소나무는 곧고 한국의 솔은 굽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소나무 망국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본래부터 한국 솔의 형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인은 곧고 오래된 좋은 솔부터 먼저 베어 썼습니다.
좋은 것은 탕진해 버리고 오래된 것은 업신여겨 내팽개쳐 버린 한국인의 뒤틀린 문화의 척도를 꾸짖는 소나무는 한국역사의 나무이자 정신의 숲입니다.
"
나아가 저자는 "한국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형태는 뿌리를 깊이 내릴 만한 땅심 좋은 토양층을 갖지 못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며 산 능선들이 강물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한국 지형과 어울려 새로운 조형미를 창출하고 있다"며 "수백 수천의 다양한 곡선들의 만남, 헝클어짐은 자연의 선이며 우주적인 미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암울한 배고픔의 내력을 지탱해 준 식품이자 민간 처방 의약품으로서 소나무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도 빼놓지 않고 있다.
소나무 백피(속껍질)는 식량으로서 단단히 한 몫을 했고 살균력이 강한 송진은 오래된 부스럼이나 상처에 붙이면 고름을 빨아 내고 치유시키며 소나무를 베어 낸 그루터기 밑에서 생기는 땅속 버섯 복령은 피를 맑게하는 신비한 효험을 갖고 있다는 것.
절개의 상징으로 알려진 소나무와 우리 일상 생활과의 밀접한 관계도 짚고 넘어간다.
기둥, 서까래, 대들보 등 건축 재료뿐 아니라 지게, 쟁기, 사다리, 써레 등 농기구 재료에는 소나무가 으뜸이었고 소반, 주걱, 목기, 제상 등 식생활 용기도 소나무로 만들어 소나무가 우리의 동반자였음을 각인시키고 있다.
명상 펴냄, 195쪽, 1만3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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