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와 동시대를 살았던 당나라 시인 두목에게 장보고는 '산'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나라에 한 사람이 있으면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데, 장보고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일본에서 장보고의 존재는 '신' 그 자체였다. 일본의 승려 엔닌은 세계 3대 여행기 중 하나인 '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 장보고와 청해진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놓은 것도 모자라 장보고를 신으로 모시게 했고 일본 사서에서는 장보고(張保皐)를 '보배롭고 높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張寶高'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1천200년 전, 해양상업제국 청해진의 무역왕으로 동아시아 해상을 호령했던 장보고.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평가와는 달리 그는 고려와 조선시대 1천년사에서 '반역자'나 '미천한 해도인'으로 철저하게 수장된 한국사의 미아였다. 그가 어디 출신인지, 부모는 누구인지, 유년 시절과 재당 시절에는 무엇을 했는지 등 그의 행적은 베일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장보고-한국사의 미아 해상왕 장보고의 비밀'은 '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를 차분히 따라가며 그의 해상활동을 재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장보고'라는 애칭답게 친 장보고의 시각으로 역사 기록을 해석하고 기존 학계의 견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장보고는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글로벌 무역을 주도했던 최고경영자였고 청해진은 동아시아 제해권과 해상무역 및 상공업을 장악한 군산복합 종합상사였다. 심지어 그는 권력 쟁탈전에도 뛰어들어 무력을 발판으로 왕을 교체하기도 했다. 영원할 것 같던 해양제국도 장보고가 염장에게 암살되면서 막을 내렸고 장보고에게는 '반역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장보고의 유산은 고려왕조에 계승돼 '해양의 시대'를 꽃피우는 원동력이 됐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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