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의 지가((紙價)'라는 말은 중국 진(晉)나라의 시인 좌사(左思)에게서 비롯됐다. 그가 오랜 각고 끝에 '삼도부(三都賦)'를 완성, 크게 히트했다. 위'촉'오 등 세 나라의 도읍을 노래한 이 작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종이가 동나 낙양의 그 값이 엄청나게 뛰었다. 요즘으로 치면 '초 베스트 셀러'였던 셈이다. 근년 들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조앤 캐슬린 롤링도 어린 딸의 우유 값을 걱정할 정도의 가난 속에서 쓴 '해리포터'가 마법처럼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경우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시절 문인들의 원고료엔 으레 '쥐꼬리'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그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IMF 이후 크게 악화돼 여태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1990년대에 문인들이 수입이 늘어나고 전업작가들이 따뜻한 생활을 하던 때도 없지 않았으나 요즘은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밤 새워 원고를 써도 장당(200자 원고지 기준) 3천~5천원의 원고료를 받는 게 고작이다. 100장 짜리를 써도 50여 만원 정도다. 문화부의 지난해 문화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31% 가량이 창작활동과 관련한 수입이 전혀 없었고, 월수입 20만원 이하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시 한 편 잘 쓰면 원고료를 100만원이나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화제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발행하는 계간 문예지 '유심'은 겨울호 사고를 통해 시 한 편에 원고료 100만원을 지급하는 '격외시단(格外詩壇)'을 내년 봄호부터 신설한다고 밝혔다. 매호 시인 4명, 시조시인 2명을 선정해 이 시단 원고를 청탁해 실을 움직임이다. 파격적인 원고료 지급으로 역작을 유도하고 경제적인 도움도 준다는 발상이다.
○...우리나라 문예지들은 시 한 편당 많게는 10만원(계간지 '문학과 사회'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등), 보통 3만~5만원의 원고료를 지급하며, 대부분의 시전문지들은 아예 원고료가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유심'의 격외시단에 시가 실리면 대표적 문예지의 10배나 되는, 그야말로 '격외 원고료'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의 시인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시가 점점 더 읽히지 않는 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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