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국립공원 주왕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산골 벽지학교이다. 주변에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유명한 영화 촬영지인 주산지와 얼음골, 절골 등의 명승지가 있어 사철 관광객들이 찾아오곤 한다.
지난 3월 우리 학교로 부임하여 오신 권점규 교장선생님께서는 흉물스럽고 시들어가는 50년 넘은 측백나무 울타리를 아저씨들과 함께 없애고 정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야생화를 심었다. 그러자 학교 앞을 따라 흐르는 주산천 개울과 들판이 한꺼번에 우리 학교 정원으로 보였다. 2층 우리 교실에서 보면 탁 트인 전경이 너무 아름답다.
덕분에 우리들은 틈나는 대로 야생화 학습을 많이 하게 됐다.둥근꿩의 비름, 금낭화, 메발톱꽃, 초롱꽃, 기린초, 말오줌풀, 노랑제비꽃, 쑥부쟁이 등 이름도 아름다운 우리 꽃을 관찰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야생화 그리기, 꽃모양 관찰하기, 야생화 이름알기, 야생화 3행시 짓기, 야생화 화분 꾸미기, 야생화 꽃잎 편지쓰기 등을 하기도 했다. 아주 신나는 학습이었다. 특히 편지지에 야생화 꽃잎을 붙여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받아본 친구가 너무너무 좋아했다.
나도 이제 산과 들을 오갈 때 웬만한 야생화는 척척 알아맞힐 수 있게 됐다. 지난 번 피나무 골로 현장 체험학습을 갔을 때다. 마침 관광을 온 낯선 사람들이 풀이름과 꽃나무 이름을 물었다. 우리들이 그동안 야생화 동산에서 관찰한 내용들이라 자신 있게 이름을 가르쳐 주었더니 너무 고마워했다. 산과 들의 나무와 야생화들의 이름을 척척 가르쳐 줄 수가 있으니 나도 신이 났다. 내가 마치 야생화 관광 안내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생화 공원에서 각종 관찰 학습을 하면서 자연과도 더욱 친하게 됨을 느꼈다.
지난 여름 나뭇가지에 새집을 만들어 주었더니 산새들이 더 많이 날아왔다. 까치들도 학교 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교실 창 너머로 까치들이 신이 나서 집을 짓고 새끼들을 키우는 것을 보면서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됐다.
우리 부모님께서 "아름답고 멋진 이전초등학교를 모교로 평생 간직할 수 있으니 너희들은 참 복 받은 학생"이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내 어깨도 으쓱해졌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내년 봄부터 야생화가 활짝 피기 시작하면 청송을 찾는 관광객들이 우리 학교에도 더 많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이 깃든 정든 학교를 내년 2월이면 졸업을 하게 된다. 나는 좀 아쉽지만 동생들이 더 좋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신나는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을 생각하니 기쁘다. 비록 우리가 사는 곳이 산골이라 해도 친구들의 맑은 웃음이 있고, 오순도순 정겨운 추억이 있고, 야생화 향기 가득한 학교가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권현정(청송 이전초교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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