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제는 토론식 영어다④

◇사례-공부 전략 바꾸기

작년 초 3년째 영어 공부를 해오고 있는 초등학생 1학년 반을 점검한 적이 있다. 유치원 때부터 짧지 않은 기간을 공부했는데 생각보다 쓰기(Writing)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문장의 패턴이나 단어의 선택이 아니라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글을 시작하고 전개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원인이 그때까지 사용한 회화 중심의 교재에 있다고 보고,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로 바꾸어 수업을 했다. 읽기(Reading) 전략도 단어를 외우고 번역하기보다는 추측하기(Prediction),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와 같은 쪽에 초점을 두었다. 비평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기를 수 있도록 "Why~?"로 많은 질문을 유도했다.

초기 몇 달 동안 모든 것이 퇴보하는 듯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난 올해 초 학생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떠한 주제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변 상황에 맞춰 말하고 글로 표현하였다. 3년을 공부해도 볼 수 없었던 능력이 일 년 만에 나타난 것이다. 사고력이 크게 증진된 것은 물론이다.

◇현실-문제풀이는 OK, 이해는 No.

우리나라 영어 교과과정은 초등학교에서 듣고 말하는'회화영어', 중학교에서 문장의 원리를 파악하는 '문법영어', 고등학교에서 읽기 중심의 '독해영어'를 중점적으로 배우게 한다. 의사소통을 위한 회화로 영어를 시작해, 문법으로 정확성을 다지고, 독해로 지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초'중'고교 간 교육과정은 제대로 연계되지 않은 채 제각기 흘러가다가 종국에는 대학입시를 위한 시험 영어에 최종 목표가 맞춰진다.

그러다 보니 학교든 학원이든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무게를 싣는다. Topic 찾기, Main Idea 찾기 등의 문제 유형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긴 문장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중요한 단어나 문장들만을 보고 정답을 맞힌다. 결국 이야기를 즐기고,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생각하도록 하는 읽기(Reading)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만다.

◇방법-사고력 확장을 위한 읽기

쓰기(Writing) 실력은 올바른 읽기(Reading) 습관에 달려 있다. 주제를 정하고 전개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과 깊은 사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에는 사고력을 넓히는 전략적인 읽기(Reading) 학습법을 통해서 쓰기(Writing)의 기초를 마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래의 세 가지 방법에 맞춰 다양하게 읽고, 읽기 전략(Reading Strategies)을 충분히 이해해 따른다면 글의 형태가 보일 것이다. 글의 논리성은 비평적 사고(Critical Thinking)로 보충한다.

i) 다양한 읽을거리로 간접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지식을 얻는다. 읽기는 단순히 문법을 적용하여 한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수용하게 한다.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영역에서 기본적인 학문적 지식(Academic Knowledge)을 넓힐 수도 있는 것이다. 문학(Literature)에서 소설, 수필, 드라마, 일기, 기사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과학(Science)에서는 동물, 식물, 자연 현상, 환경문제를 다룬다. 사회(Social Studies)에서는 가정, 학교, 도시, 문화, 생활 등을, 수학(Mathematics)에서는 수량 및 도형의 성질이나 관계를 학습한다. 역사(History)'음악(Music)'미술(Fine Art)'체육(Physical Education)과 같은 영역의 읽기를 통해서도 지식은 풍부해진다.

ii) 영역에 따라 이해를 위한 읽기 전략(Reading Strategies)이 다르다. 문학의 경우는 이야기 구성요소인 등장인물(Characters), 줄거리(Plot), 배경(Setting), 주제(Theme) 등에 중점을 둔다. 사회에서는 역사상 주요한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 시대적으로 보이는 사건의 연속(Sequence of events), 정책이나 정부의 유사점과 차이점 비교'대조하기(Compare and Contrast) 등에 초점을 두고 글을 읽어야 한다. 과학에서는 분류하기(Classification), 기술적 과정의 설명(Explanation of a Technical Process), 실험의 지시문 따르기(Following Directions for an Experiment) 등에 집중한다.

iii) 단순한 이해가 아닌 심층적인 비평적 사고(Critical Thinking)가 필요하다. 글의 원문에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제시된 사실이나 전제를 통해 깊은 의미를 추론(Infer)한다. 예를 들어 'Tom gets up at 7 in the morning. Today he got up at 5 in the morning. He went to school at 7.'라는 문장에서 "Why did Tom get up at 5 today?"라고 질문을 한다면 그 대답은 다양하게 추론할 수 있다. 어제 2시간 일찍 잠자리에 든 경우,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어 준비해야 하는 경우, 5시에 전화가 걸려와 잠이 깬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추론하기 외에도 가정하기(Hypothesize), 종합하기(Synthesize), 평가하기(Evaluate), 유추하기(Make analogies) 등의 읽기 전략이 있다.

정원철(앤도버 스쿨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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