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말도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도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지" 안도현 시인이 우리의 삶에 따뜻한 시선과 가슴을 포개고 있는 이 '연탄 한 장'이라는 시가 요즘 새삼스럽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며, 부끄러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중년 이상의 나이라면 아직도 가난하고 추웠던 시절의 연탄에 대한 추억들이 아련하게 살아 있을 게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생활필수품이었으며, 가스 중독 등 그것에 얽힌 애환들, 삶의 고단한 발자국들이 흑백 필름처럼 남아 있겠지만, 유달리 정겨운 느낌으로 지워지지 않는 것도 연탄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연탄'은 반가울 리 없다.
○...요즘 살기 어려운 데다 날씨가 추워지자 서민들은 연탄마저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아우성들이다.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만 연탄 공장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두 번째 가는 탄광 지역인 문경에서마저 상주 함창 연탄공장의 일손이 크게 모자라 공급받는데 주문 이후 열흘 이상이나 걸려야 한다니 짐작이 가고 남는다.
○...더구나 함창의 연탄공장은 무더위가 끝나면서부터 쉴 틈 없이 일하지만 배달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도 애태우고 있는 모양이다. 수송업자들의 경우 새벽 1시부터 차 속에서 새우잠을 자가며 일찍부터 일해도 주문에 부응하지 못하는가 하면, 충북 지역에서까지 수송업자들이 몰려 공장 마당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란다. 이 연탄 공장으로서는 '즐거운 비명'이나 서글픈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겨울은 유난히 '달동네'를 먼저 찾곤 했다. 바람막이도 없는 언덕배기의 집들은 낮은 담 하나로 맞바람을 견뎌야 했다. 동네 코흘리개 조무래기들이 양말도 신지 못한 채 뛰놀던 좁은 골목길 응달에 쌓인 눈은 새봄이 와야 녹곤 했다. 그런데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지난날로 되돌아간다면 분명 아픈 일이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 거느리는 따뜻함과 뜨거움을 주고받는 마음들이 아쉬운 요즘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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