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토론식 영어다(5)

◇사례-논리성이 없는 Essay

몇 달 전 Toefl에 응시한 중학교 1학년생을 만났다. 중학생이 벌써 그 어려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그의 노력과 용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그 학생의 가(假)점수는 220점이었는데, 한 달 후 10점이나 낮은 210점이라는 공인 점수를 받았다. Essay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전체 점수에서 10점이나 깎인 것이다. 그는 약 300단어나 되는 많은 분량의 글을 작성하였고 문법적인 오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용간의 논리적인 연결이 부족해 주장하려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현실-글짓기는 백일장에서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시로 변하는 입시 제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교육과 학습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선호한다. '어떻게 잘 배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가'보다는 '얼마나 빨리 좋은 점수가 나오는가'에만 관심을 갖는다.

때문에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그저 백일장과 같은 경연대회에서나 글쓰기를 하게 된다. 특히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써서 표현할 기회는 더욱 부족하다. 있다고 해도 주어진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정도이다. 결국 생각이나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고의 형식이나 법칙인 논리력을 갖기가 어렵다.

◇방법-논리적으로 Organizing

영어 쓰기란 한글을 영어로 단순히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에 관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피력하며, 읽기와 듣기를 통해 제시된 내용에 자신의 소견을 첨가하여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크게 Prewriting(미리쓰기), Drafting(초고작성), Revising(수정), Proofreading(교정), Publishing(출판)의 5개로 이루어진다. 이번 회에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정리하여 착안하는 Prewriting과 Introduction, Body, Conclusion으로 나누는 Drafting에 대하여 알아본다. 그리고 주어진 내용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Paraphrasing(바꿔 말하기) 방법도 제시한다.

i) Brainstorming과 Prewriting Graphic Organizer(시각적 분류표)를 활용한다. 자유연상법중의 하나인 Brainstorming은 내용의 중요도나 형식에 상관없이 자유분방하게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나열한다. 마치 Mind Map을 그리듯이 제시된 생각들이나 아이디어들 사이의 관련성을 Prewriting Graphic Organizer로 알아본다. 다시 말해서 Brainstorming하여 나온 아이디어를 어떠한 개념으로 묶어서 글을 써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 윤곽이나 계획(Logical Outline or Plan)을 그려본다. 예를 들어, 제시된 생각들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있다면, 어느 것이 원인이 되고 어느 것이 결과가 되는지를 Cause and Effect Chart를 이용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 밖에 Venn Diagram, Sequence Chart, Main Idea and Supporting Details Map, Idea Web, Inference Chart, Plot Diagram 등이 있다.

ii)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구성한다. Drafting할 때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데, 한국 학생들의 글쓰기에서는 서론이나 결론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글의 구성에서는 단락의 형식이 중요하므로 단 한 문장이라도 서론과 결론은 존재해야 한다. 특히 본론에서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Main Idea를 지지하는 이유와 사례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설명한다. Why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이 글을 쓴 후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또한 이것이 어떠한 더 큰 이슈와 연결이 되는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iii) Paraphrasing(바꿔 말하기)에 익숙해야 한다. Paraphrasing이란 주어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여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원문 인용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나 글로 표현하려면 원문 내용을 거의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이는 Writing에만 국한되지 않고 Speaking에도 적용이 된다. 요약하기(Summarizing)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Text 원문에 나온 주요 문장이나 단어를 그대로 이용하면 안 되고, 심지어는 문장의 구조인 문법까지도 달라야 한다. Paraphrasing에 익숙해지려면, 먼저 많은 글을 읽고 문맥에 대한 이해와 어휘력을 늘려야 한다. 영영사전을 이용하여 유사어나 동의어와 같은 표현을 익힌다. 원문을 보지 않고 글을 쓰거나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고, 쓴 글은 꼭 교정(Proofreading)을 받아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정원철(앤도버스쿨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