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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하)사랑하는 여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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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죠? 당신은 가족의 희망이란 걸"

아버지의 자리가 지금처럼 힘든 때는 없다고 한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아버지는 외롭다.

그걸 이해하는 아내는 큰 힘이다.

그런 아버지를 사랑할 줄 아는 딸은 더 큰 힘이다.

사랑하는 수진아빠

또 새 해가 왔네요. 새 해가 되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많은 반성도 하고, 어떻게 새 해를 시작할까 어김없이 계획을 세웁니다.

가슴 벅차고, 마음 설레이고, 한편으론 걱정도 됩니다.

수진아빠. 지난 연말부터 송년회, 신년회 등 참석한 술자리가 왜 그리 많은지.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30, 40대 가장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요즘엔 그 좋아하던 마라톤도 뜸하고 새벽 운동도 거르는 때가 많아졌어요. 힘들때일수록 당신이 건강해야 저와 수진이의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또 다시 아침에 땀 흘리며 집으로 들어오는 당신 모습을 보고 싶어요. 건강부터 챙기세요.

얼마 전 퇴근 후 당신이 지나가면서 요즘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회사도 힘들다고 말을 했죠. 지난 연말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있었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곁을 떠날때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이야기 했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고, 밤잠도 설쳤어요.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미래가 불안하기도 해요. 열심히 일하는 수진 아빠를 보면 믿음은 가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네요. 빨리 경기가 좋아져 많은 동료들이 즐겁게 일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갔으면 해요. 저와 당신, 수진이의 행복도 물론 영원하구요.

2년전 당신이 대학원 공부를 하면 어떨까 물었죠. 찬성은 했지만 '회사 일만 해도 벅차고 힘들텐데…'하는 걱정도 있었죠. 회사를 마친 뒤 파김치가 된 몸을 추스려 학교로 달려가 늦게까지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와서는 쉬지도 못한 채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는 당신의 지친 모습을 볼때면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아픈 적도 무척 많았습니다.

갓 태어난 수진이가 밤에 깨면 저보다는 당신이 먼저 일어나 수진이를 돌봤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아침 일찍 회사로 나서는 당신에겐 항상 미안했습니다.

고진감래라고, 2년이 지나 올 해 논문을 쓴다니 제가 더 기쁘네요.

힘든 것 한 번 내색하지 않는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저는 항상 당신에게 좋은 아내가 되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지난 새 해 아침 당신과 저 약속한 거 있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아빠 힘내세요. 저와 수진이가 있잖아요."

화성산업 회계팀 과장으로 근무중인 박순용(38)씨는 부인(33)과 딸 수진(3)이를 둔 직장생활 12년차 가장입니다.

◇ 아빠, 힘내세요

아빠, 큰 딸 윤이에요. 아빠가 슈퍼를 운영하시니까 출근 시간이 항상 늦는 걸로만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침 식사도 거르신 채 일찍 출근하시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있어요. 축 처진 어깨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아빠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어요. 술도 늘어나고 남들은 다 끊는다던데 왜 우리 아빠만 담배 개비가 늘어날까? 가래와 기침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의 가슴은 찡했죠. 며칠 전 아빠가 가슴이 답답하다며 종합검진을 받으셨는데 좋은 결과만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있어요. 아빠, 지난해엔 아빠의 환한 미소를 자주 보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힘든 생활때문에 그 웃음이 사라져 버린것 같아요. 더욱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에 눈물도 납니다.

저는 아빠의 아픈 모습을 알고 있어요. '하나씩 외국 대형할인점이 들어설 때마다 저의 가슴도 철썩 내려앉았는데… 아빠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때로는 대형 할인점 비닐봉투만 봐도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아빠의 꿋꿋한 모습에 마음을 바로 잡기도 했었죠. 아빠로부터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답니다.

힘들어도 참고 또 참는 인내력. 그 인내력으로 지금의 가게를 세운 아빠가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힘든 슈퍼 운영 속에서도 비닐봉투값을 조금씩 모아 동네 불우이웃에게 베푸는 아빠의 모습이 한 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빠, 지금 가게 건물을 다시 짓고 계시죠. 공사자금이 많이 부족해 걱정하시는 거 다 압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아빠 혼자서 그 짐을 다 짊어지고 가니까 죄송스럽네요. 하지만 멋진 건물을 지어 많은 손님이 찾아 아빠의 밝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올 해 고 3이 됩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빠에겐 제일 큰 선물이겠죠. 항상 땀흘리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며 열심히 공부할게요. 그리고 담배와 술을 줄여 건강도 좀 챙기셨으면 해요. 아빠의 잔기침과 깊은 한숨이 우리에겐 너무나도 크게 다가와요. 이 편지가 아빠에겐 힘이 되고, 경제 불황이 빨리 풀려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빠 곁엔 항상 큰 딸이 있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경산시 옥산동에서 옥산쇼핑을 운영하는 독고창목 사장(49)은 부인과 올 해 고 3과 중 3이 되는 두 딸과 중 1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늦게 결혼한 박순용씨는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가족이 있어 힘이 난다고 한다.(사진 왼쪽)슈퍼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 딸이 점심을 건네며 '아빠 힘네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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