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있은 한나라당 당직개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당내 대구·경북 출신이 전면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 출범 후 "당내에 대구·경북 세(勢)가 있느냐"는 비판이 줄곧 뒤따르기는 했지만 이번 당직개편에서는 이 분위기가 더욱 극명해졌다. 당 3역은 물론이고 정책위원회내 6명의 정조위원장에도 대구·경북의 지역구 출신의원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경북이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보수적 색채가 강한 중진의원들의 퇴조는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번 당직개편이 기회가 될 의원들도 있다. 우선 대표적 지역중진인 강재섭(姜在涉)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가능성이 높아졌다. 당3역에 단 한명의 대구·경북출신이 없다는 것은 강 의원에게 대구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졌다. 현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도중하차를 하든, 아니면 5월에 정상적으로 원내대표를 선출하든 강 의원은 출마를 강행할 태세다. 하지만 현재 당 일각에서 당헌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는 원내대표의 지위 격하 작업이 현실화되면 강 의원은 출마를 포기할 것이 확실하다.
지난번 국회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김무성(金武星) 신임 사무총장에게 재경위원장 자리를 내줬던 박종근(朴鍾根) 의원이 재경위원장에 갈 가능성도 커졌다. 김 총장이 당직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지난번 경선에서 박 의원에게 진 빚을 갚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당직을 맡으면서 부산출신 모 의원에게 재경위원장직을 제의했고 박 의원도 후반기를 고려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몇몇 초선의원들은 활동폭이 넓어졌다. 대구출신 비례대표인 유승민(劉承旼) , 윤건영(尹建永), 이주호(李周浩) 의원이 각각 당대표 비서실장과 여의도연구소장, 정조위원장을 맡았고 곽성문(郭成文) 의원이 홍보위원장직을 유지한 것 등이 눈에 띈다. 박 대표가 지역색채가 약한 비례대표 의원 등을 비교적 중용하면서 한나라당을 지역당으로 몰고 있는 일부 주장에 대해 잠재우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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