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GIST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정규석 DGIST 원장

"기업 요구 재교육 기관 설립해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대경과기연·DGIST)의 설립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큰 투자입니다.

국가와 지역의 산업 및 경제 발전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원을 설립, 운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정규석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장(58)은 "DGIST 설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과 이견, 비판은 수용하면서 설득, 조정해 나가겠다"라면서 "그러나 50~100년 뒤 후손들이 만족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연구원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DGIST의 미션은?

▲기본계획용역을 통해 연구분야와 운영방향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DGIST의 임무는 크게 기존 산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함으로써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2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DGIST 설립을 단순한 지역혁신사업으로 보느냐, 아니면 국가차원의 혁신을 지역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동력으로 보느냐에 따라 위상은 크게 달라집니다.

DGIST는 국가차원의 연구기관으로서 국가적 중요 역할을 지역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고, 우수한 외부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관건입니다.

글로벌 차원의 국가적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과학기술 교육기관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 수준의 교육기관의 설립을 검토해야 합니다.

고급 교육기관과 연구원이 서로 상승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 고급두뇌의 유치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참여와 유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학이 남아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졸업자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일류 기업에서 요구되는 재교육을 훌륭하게 수행할 만한 세계적 수준의 '이공계 전문대학원'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입지선정과 관련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DGIST의 비전과 입지는 함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연구기능만 생각한다면, 좋은 인재를 모으기 힘든 외진 곳은 사실상 성공하기 힘듭니다.

울산과 구미 등 지방에 있던 연구기관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은 그곳에 우수한 대학과 인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자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질 경우 DGIST의 입지는 어디든지 가능한 셈입니다.

입지선정과 관련,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컨소시엄의 용역결과에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DGIST의 방침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반영함으로써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DGIST와 과학기술부가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구시와 경북도를 통해 각 시·군·구의 후보지 신청을 오는 20일까지 접수하고, 다양한 전문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입지선정 기준을 마련한 다음,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평가위원은 가급적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입지선정 과정의 잘못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일단 선정결과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DGIST 원장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DGIST 성공을 위해 극복해야할 과제는?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DGIST를 바라보는 이율배반적 시각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국책연구기관들이 너무 많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국책연구기관인 DGIST를 설립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하나입니다.

반면에 현 정부의 국정목표인 '국가균형발전'과 '지방화'의 관점에서 보면, DGIST의 설립은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지역적 차원에서도 대구시와 경북도, 대학 간, 산업체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해 비전을 설정하고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풀리리라고 봅니다.

DGIST의 첫 번째 원칙은 '국가발전을 지역발전을 통해 이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수인재를 배출하고 지역산업과 경제에 기여함으로써 '영남권 주민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

터놓고 말해 대기업과 협력연구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죠. 구미에 공장을 가진 삼성, LG는 그래도 좀 더 호의적이기는 하지만, DGIST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적극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학·연 협력의 틀을 갖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서둘러 연구활동에 들어갔는데 이유는?

▲"건물도 없는데 어디서 연구를 하느냐" "연구분야에 대한 기본용역이 진행 중인데, 벌써 연구를 시작하나" 등의 비판이 있는 줄 잘 압니다.

하지만 건물을 완성한 뒤 연구를 시작할 경우 성과를 나타내는 데 3, 4년이 늦어집니다.

또 우수한 연구원을 모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연구를 미룰수록 그만큼 DGIST의 경쟁력과 생존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국내외 10여 명의 연구원을 확보했는데, 1월 말 연구원 모집공고를 또 내서 올 연말쯤 모두 50여 명의 자체 연구원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대학(교수·대학원생)과 산업체와의 협력연구를 감안할 때, 올 연말 쯤에는 100~150여 명이 DGIST와 관련된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충남 예산 출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와 시카고대학에서 각각 공학박사학위와 MBA를 취득했다.

미국 아르곤(Argonne) 국립연구소 책임연구원과 AT&T 벨연구소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냈으며 SK텔레콤 중앙연구원장, LG전자 사장, 중부대학 석좌교수, 국가과학기술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전경련 경제정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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