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라는 문맥에서 한국 문화의 이미지는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아 온 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에는 '쿵후', 일본에는 '사무라이' 같은 표상들이 있으나 우리에게는 이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내세우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년 들어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지역 등 해외로 퍼져 나가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더구나 이 바람은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바꿔 놓았으며, 정치적·경제적으로 상처 입은 우리의 마음에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 주기까지 했다.
○…한국 영화도 약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1천만 관객 돌파' 신화를 낳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등 큰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한해는 이같이 최고의 흥행, 국제무대에서의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따내면서 그 집중력과 에너지는 가히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 말을 나돌게 했다.
○…한국 영화 해외 수출이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94편을 62개 나라에 팔아 5천828만4천600 달러(약 600억 원)를 기록해 2003년의 3천97만9천 달러(약 319억 원)보다 88% 정도가 많다. 더욱 놀라운 건 이 가운데 69.3%(4천40만 달러)가 일본으로 수출된 액수여서 그곳의 한류 붐을 실감케 한다는 사실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영화 수출은 미미했다. 1995년엔 20만8천679 달러(약 2억1천만 원)에 지나지 않아, 그동안 무려 279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영화 한 편의 평균 수출 가격도 1년 새 67% 이상 오른 30만436 달러(약 3억900만 원)였다. 영화 편수도 30편이나 늘어났다. 한국 영화는 일본에 이어 미국(236만 달러), 프랑스(208만 달러)에서 인기이며, 일본·프랑스에서의 폭발적 신장세는 고무적이다.
○…한국 영화는 이제 세계 영화계의 '성공 모델' 반열에 오르고 있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세계 영화계가 한국 영화의 독특한 개성과 열정을 새로운 에너지로 평가하고 있으며, 수출 길도 아시아를 넘어 서구에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착실하게 그 내실을 다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영화산업 인프라에 대중성과 상업성이 우선하는 '기형적 구조'가 여전히 걸림돌은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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