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시인 박인환의'목마와 숙녀'에 나오는 버지니아 울프는 정신의학과도 인연이 깊다. 20세기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이자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였던 그녀는 남편 레너드와 함께 프로이트 저서 24권을 영어 번역본으로 출판하였고, 자신이 조울병 환자이기도 했다. 그녀가 우울증과 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를 보인 것은 13살 때부터다. 공포스런 우울증의 경험은 항상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59세가 되던 해,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우고 강물에 투신자살하기까지, 심한 감정 기복에 동반된 환청 등의 정신병적 에피소드가 반복되었다. 문학과 우울증은 청소년기부터 그녀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디 아워즈'는 마이클 크닝헴의 소설'세월'을 영화화한 것으로 여러 유형의 우울증을 엿볼 수 있어서 소개한다. 이 영화는 여류 시인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923년 그녀 나이 41세인 어느 날, 울프는 심각하고 생기 없는 얼굴로, 집필 중인 소설'델러웨이 부인'에 몰두해 있다. 그녀는 우울감과 환청으로 대인관계를 기피하며 시골 생활을 한 지 오래다. 그녀는 양극성 장애, 우울증 삽화를 보이고 있다.
1951년 미국 LA의 로라의 집. 로라는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의 주부다. 그러나 그녀는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로라는 버지니아 울프의'델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자기 정체감에 심각한 의문을 품는다. 도대체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모든 것은 죽어 없어질 텐데. 자살을 생각한 로라는 아들을 이웃에 맡기고, 자살에 필요한 약을 챙겨서 호텔로 간다. 생생하게 죽음을 직면하면서 결정을 내린다. 자살 대신 가정을 떠나 자기 삶을 찾아 나서기로. 그 후 자살 충동에서 벗어난다. 로라는 정체성과 관련된 중년기 여성의 우울증을 보여준다.
2001년 뉴욕의 클라리사의 집. 편집장으로 바쁘게 사는 그녀는 에이즈로 투병 중인 애인 리처드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리처드는 그녀를'델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른다. 작가인 리처드가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자, 클라리사는 축하 파티를 준비한다. 하지만 리처드는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앞으로 몇 년을 요양한들 병은 나을 리 없고, 남에게 폐를 끼치며 살기 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하루 병으로 망가져 가는 자신이 죽는 날까지 얼마나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리처드는 투신자살한다. 그는 불치병으로 인한 2차성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고백이다."내가 정말 우울증을 피하려고 했었는지는 의문이다. 나는 깊이 가라앉을수록, 진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가라앉는다'는 것, 우울증에 압도당한다는 것과 동시에 심연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것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우울증이 정말 그녀의 작품 활동에 끔찍한 방해물이었는지, 아니면 필수 조건이었는지 그녀 자신에게도 의문이었다. 천재적인 문학가인 그녀에게 우울증은 창작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천재가 아니다. 우울 장애는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정신과적 치료가 요구된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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