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으로보는 어제와 오늘-배자못

"물이 맑아 고기 잡고, 멱도 감았었는데···."

이제는 아파트 숲이다.

못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북구 복현동 539의1. 아파트가 가득 메운 이곳은 10여 년 전만 해도 '배자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배씨와 채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팠다고 해 '배채못'으로 불렸다는 유래를 전해주는 사람도 있고, 못을 파는 과정에서 큰 불상이 발견됐다고 해서 '대불지(大佛池)'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못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기록이 없다.

1938년 3월 15일 그 규모를 확장했다는 정도만 남아 있다.

"60년대 말쯤이었지. 한 노인이 배자못에 조그만 나룻배를 띄워 낚시도 하고, 또 태워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는 못을 구경시켜주기도 했지." 당시 배자못의 크기가 3만7천여 평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노인의 풍류가 신선 같았으리라.

김석연(72) 할아버지는 고이 접어놓았던 옛 기억을 들려줬다.

당시 못은 농사를 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토지나 가옥 소유자들이 모여 수리조합을 만들었고, 그들이 이 못을 관리했다고 한다.

당시 선친이 수리조합장을 지냈다는 이종호(61)씨는 "1950년에 수리시설 확장을 계획했는데 전쟁이 터져 중단되고 3년 뒤 선친께서 돈을 마련해 금호강에서 물을 끌어와 배자못에 가뒀고, 또 그 물을 농지로 보내는 수로사업을 했다"고 전해줬다.

자신도 어릴 적 수로에서 물장난을 치고 놀았는데 지금도 문성초교 뒤 야산에 그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고 했다.

70년대 들면서 인근에 검단공단이 생겨나고, 하나 둘 집들이 들어서면서 오·폐수가 스며들게 됐고, 그러다 80년대 이후에는 오염된 저수지로 변해 모기가 들끓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영을 하고 얼음도 지쳤던 개구쟁이들의 놀이터는 그 흔적조차 엿볼 수 없이 사라져 버렸다.

1994년, 추억을 간직했던 배자못에 흙이 메워졌고,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가 나무들을 대신해 높다랗게 숲을 이루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설명 : 호젓한 운치를 던져주던 배자못(사진 위.1984년·매일신문 자료사진)이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렸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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