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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오천 번 절하는 사람 있다.

전도섭(46)은 길 위의 참회자이자 김밥장수. 밀리는 차들은 물론 쌩쌩 달리는 차들에까지, 그는 안타깝게도 여지없이 구십 도 꺾은 공손하기 짝이 없는 허리 절을 한다.

하루에 칠천 번 절한 적도 있다.

하루 오십 개 파는 김밥은, 그의 절 공덕에 비하면 덤 같은 보시!

그의 집은 컨테이너 한 칸. 따뜻하지만, 연탄보일러 때문만은 아니다.

김밥 잘 마는 아내 선미(39)와 파스 잘 붙이는 아들 민주(14), 재롱둥이 딸 민영(2)과 단란하게 산다.

비록 하루 세 시간 수면, 장좌불와에 가까운 수행자의 길에 그의 생활이 바쳐진 셈이지만.

지은 죄업에 비하면, 오천 배 절 보속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도섭씨, (중략) 그는 최근에 도익철(25)이라는 '절하는 김밥장수'계의 도반이자 제자까지 두었다 한다.

엄원태의 '전도섭'에서

야외로 나가는 횡단보도 앞이거나 병목지역에서 흔히 보는 풍경입니다.

단순히 딱하게 벌어먹는 일로만 여겼는데, 거기에 깃든 엄청난 절 공덕을 보고 벌어먹는 일의 구차함을 숭고함으로 올려놓았군요. 사실 저도 요즘은 밥을 떠난 어떤 큰 권세나 명예나 화려한 말놀음보다, 지금 당장 다급한 밥 구하는 노동보다 더한 공덕은 없다고, 그것보다 성스러운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디에선가 읽은 엄시인의 '삶의 신자 되지 않는 것 없구나' ' 병고의 상처와 피울음의 부정을 거쳐 겨우겨우 어떤 출발점에 다다른 것 있다'는 말을 함께 떠올려 봅니다.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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