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는 N 호손이 1950년 발표한 작품으로 17세기 청교도의 식민지인 뉴잉글랜드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간통죄를 지어 평생 가슴에 주홍글씨로 수놓아진 'A'자를 달고 살아야 하는 헤스터 프린과 그와 함께 죄를 범한 딤즈데일 목사를 주인공으로 죄 지은 자의 고독한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해 낸 19세기 미국 문학의 걸작입니다.
늙은 의사 로저 칠링워드의 아내였던 헤스터는 남편보다 앞서 미국으로 건너와 사는 동안 딤즈데일 목사와의 사랑이 싹트며 '펄'이라는 사생아를 낳게 됩니다. 이 때문에 헤스터는 공개된 장소에서 'A'자를 가슴에 달고 일생을 살라는 형을 선고받고 일생을 비난과 냉랭한 시선 속에 살아가지만 그녀는 끝까지 간통한 상대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합니다.
자신의 죄악을 숨긴 채 사람들에게 죄의 두려움을 설교하는 위선적인 생활을 계속해 오던 딤즈데일 목사는 양심의 가책으로 몸이 점점 쇠약해진데다, 그가 간통 상대임을 간파한 칠링워드의 자극으로 인해 더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지 7년 후, 목사는 헤스터와 자신의 딸 펄과 함께 스스로 처형대에 올라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A'자를 드러내며 죄를 고백한 뒤 쓰러져 죽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원고지 4장 내외로 써 봅시다.
1. 이 소설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주홍글씨 'A'는 헤스터가 저지른 죄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헤스터의 속죄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변해 갑니다. A는 과연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2. '주홍글씨'에서 가장 극명한 대비는 죄를 인정하고 용서받는 자와 죄를 숨기고 고통받는 자의 내면 묘사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지만 딤즈데일 목사와 같이 비난과 꾸지람, 손가락질이 두려워 차마 말 못하고 가슴 졸였던 경험이 있나요?
3. 헤스터가 가슴에 달고 있는 주홍글씨 'A'는 일종의 낙인과도 같습니다. 이것은 성적을 전교생에게 공개해 어떤 학생이 '꼴찌'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모든 학생들에게 영원히 심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잘못을 했다지만 평생 '나쁜 여인'으로 낙인 찍는 처벌법과, 이 때문에 펄 등 다른 가족까지 한꺼번에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연좌제'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의 의미
'주홍글씨'에서 작가는 끝까지 'A'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서술한 적이 없다. 펄이 "엄마, 이 주홍글씨는 무슨 의미야?"라고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독자가 상상하도록 유도할 뿐이다. 때문에 많은 문학가와 영문학자들은 'A'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가장 명쾌하게 드러나는 A의 의미는 '간통죄'(Adultery)이다. 이 간통죄는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또 다른 의미는 '천사'(Angel) 혹은 '유능한'(Able)이다. 속죄를 위해 헤스터가 행하는 행동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선행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작품 후반부에서는 많은 사람의 칭송을 듣기에 이른다. 이 같은 속죄의 행동들 속에서 헤스터는 매우 강인한 여인상을 보여주며 'A'가 더 이상 수치의 상징이 아닌 사명의 상징으로 바뀌어 간다.
일부 학자들은 'A'가 'Art'의 의미도 있다고 해석한다. 작가는 헤스터가 직접 금색 실로 수놓아 만든 주홍글씨를 단순한 표식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뛰어난 솜씨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마법과 신비로움이 감춰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와 관용 수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받는 헤스터와 달리 딤즈데일이 끝까지 자신의 죄를 숨기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죄를 실토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두 사람이 처한 사회적 지위와도 관련이 있다. 청교도 사회에서 간통은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이지만 평범한 시민이 아닌 목사의 직분을 지닌 딤즈데일에게는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는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7년 동안 자신의 죄를 털어놓을 수 없었던 것.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가장 청렴하고 선행에 앞장서야 할 성직자나 공무원, 교사 등이 저지른 범죄행위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큰 비난과 처벌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헤스터와 딤즈데일, 두 사람의 개인적 성품 차이일 수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의 정직성은 사회적 관용 수준과도 관계가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죄와 인권
현대 형법에서는 아무리 죄인이라고 할지라도 그 인권은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에서는 수갑 찬 죄인의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할 수밖에 없으며 언론보도에서도 공인이 아닌 이상 실명을 밝힐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미 처벌이 확정된 사람을 만인의 심판대에 올려 '낙인'찍히도록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고 처형대 위에서 자신의 범죄를 만천하에 알린 헤스터가 평생토록 주홍글씨의 낙인을 달고 사는 식의 이중처벌은 있을 수 없으며, 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주홍글씨' 낙인도 허용될 수 없다.
사회적 '낙인'에 대해서는 지난해 '청소년 성매매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논란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신상 공개를 요구했지만 결국 개인의 인권과 가족이 감수해야 할 고통 등을 감안, 범죄자의 성과 사는 동네만 공개하는 수준에서 논란은 매듭지어졌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도움말 : 조영미(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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