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영원한 엔지니어

"이사님! 퇴근하시면 댁에서 뭘 하세요?" 퇴근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친다.

"재미있는 책 읽지요." 하면서 번쩍 손을 흔들어 보이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의 옆구리엔 전자회로 책이 끼여 있다.

작년에 산학협동으로 사내의 몇몇 직원들이 다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자 선뜻 지원하시고 즐겁게 다니신다.

가족 중에서 제일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언제나 아버지라고 알려주는 따님의 말을 굳이 듣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가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얼핏 봐선 이웃집의 소탈한 아저씨 같은 인상의 그는 공작기계에서부터 전자회로까지 만들지 못 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기술의 폭과 깊이가 깊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국방부 조병창에서 특례복무를 하면서부터 시작한 엔지니어의 길을 삼십 년이 넘도록 걸어오신 것이다.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십여 년 정도의 숙련기간을 거치고 난 후엔 오히려 관리업무로 바뀌는 보편적인 상황에서 아날로그 시스템 개발에서 디지털 시스템 개발로 그 기술의 변천과정을 겪으면서 더욱더 한걸음 앞서 나가신 것이다.

그의 기술과 지식이 우리에겐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도 모든 사물에 대한 어린이와도 같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이 우리를 더욱 사로잡는다.

아들과도 같은 이십대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일에 대해 토의하고 논쟁하고, 비록 나이가 한참 더 적은 직원들에게서도 부족한 신기술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배우고자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자세 또한 우리를 감동케 한다.

요즘 우리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더불어 청장년층의 취업과 실직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취업이 어려울수록 더욱더 대기업을 선호하고 보다 안정적인 직종을 찾아 몰리는 경향이 커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엔지니어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물론 자본이익이나 브랜드 파워 등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대우와 수익의 차이는 크지만 끊임없이 인재에 목말라 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인재 즉, 특히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방식이 다르다.

대기업의 경우는 업무가 아주 세분화되어 있어서 특정한 분야에 전문적인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일을 할 수 있게 조직되어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기술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의해 제품까지 탄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통합하고 응용하는 기술이 뛰어날 수 있으며 기술 전반적인 노하우에 있어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중소기업은 없어질 수 있으나 그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는 개인적인 가치가 뛰어나므로 요즘의 사오정이나 실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는 굉장한 부자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걱정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들 자본이 있으면 기술은 언제든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든 살 수 있는 그 기술은 어느 누군가의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절대 살 수 없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의 기술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의 노력과 혼이 담기지 않으면 팔 수 있는 기술도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그를 보면서 회사의 비전을 볼 수 있고 젊은 엔지니어들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문득 그의 모니터 앞에 물결치며 움직이는 글귀가 생각난다.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강은희 (주)위니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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