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사고 확 줄입시다-(6)서러운 초보 운전자

1년 전 운전면허증을 딴 김모(25·여·북구 태전동)씨는 지난달 중순 성서에서 죽전네거리 쪽으로 가던 중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치고 말았다.

김씨는 "속도를 좀 내기는 했지만 옆 차선에서 갑자기 차가 들어와 평정심을 잃게 했다"며 "면허를 딴 뒤 잦은 접촉사고가 있었지만 이런 사고까지 겪고나니 운전대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6개월 전 면허증을 발급받으면서 새 차를 구입한 김모(22·수성구 지산동)씨는 지난 1월 달서구 월암동 활주로 신호 없는 네거리에서 직진 차량 사이로 잘못 진입해 4중 추돌사고를 냈다.

김씨는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 겁없이(?) 직진하는 차량 사이에 끼어들다 사고를 냈다는 것.

이렇듯 도로 곳곳에는 초보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고, 능숙한 운전자들의 배려나 보호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운전이 미숙한 탓도 있지만 '선배' 운전자들이 전조등을 깜빡이거나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제풀에 놀라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잦다.

때문에 초보 티를 내지 않는 이들도 많다.

지난달 면허증을 딴 이모(24·여·달서구 이곡동)씨는 첫 운전부터 '초보' 표지를 차에서 떼내 버렸다.

이씨는 "초보라고 얕보고 함부로 끼어들고 손가락질까지 하는데 알리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했다.

최근 들어 초보 운전자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예전엔 필기와 코스시험만 합격하면 면허증이 발급됐지만 지난 1997년 도로주행시험이 시작되면서 많이 까다로워졌고, 올해부터 주행거리도 3㎞에서 5㎞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장광수 면허발급담당자는 "요즘은 어느 정도 도로주행 경험이 있어야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지만, 초보의 경우 교차로나 차로 변경에는 미숙하기 때문에 선배 운전자들이 돌봐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보운전자로 인한 사고는 별도 통계조차 없다.

운전 경력별 사고현황이 없으며 다만 면허발급 5년 미만 운전자들의 사고비율이 20∼3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명피해가 난 사고가 1만여 건에 이르며 초보운전자들이 낸 사고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며 "능숙한 운전자들이 초보를 배려한 양보, 방어운전을 해준다면 사고발생률을 차츰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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