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를 닮고 싶다. 탁 트인 전망과 싱그러운 색깔. 품고 있는 경치뿐만 아니라 넓이 만큼 넉넉함과 여유도 가졌다. 그러한 여유가 그리워지면 제천의 청풍호수를 찾아가 보자.
맑을 청(淸), 바람 풍(風). 탁 트인 호수의 옥빛 물은 이름만큼 맑다. 물 색깔은 온몸을 물들이고 이내 가슴까지 시리게 만든다. 호수는 금수산을 비롯한 인근 모든 산의 그림자를 다 담을 만큼 넉넉하다. 이름난 봉우리뿐만 아니다. 산자락이 안고 있는 츠렁바위까지 다 품었다.
그 넉넉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직은 바람끝이 매서운 봄바람을 맞으며 그 넉넉함을 찾아 나선다. 유람선을 탄다. 겨울가뭄으로 속살을 드러내보이긴 했지만 세상은 물과 산뿐. 물이 반이고 산이 반이다. 호수는 산세를 따라 굽이친다. 그 산세를 따라가며 한 모퉁이 돌면 옥순봉이고 또 한 모롱이 돌면 구담봉이다.
호수의 여유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유람선을 타고 있으면 넉넉함이 배어난다. 호숫가를 달리는 자동차, 그림같이 펼쳐진 동화 같은 집들도 느긋하다.
물과 산, 그 경계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을 보고 있으면 오후의 기분좋은 나른함까지 묻어 있다. 하긴 호수에도 길이 있다. 배 뒤편에 서서 지나온 길을 본다. 나 남 할 것 없이 바쁘게 앞만 보고 가는 세상. 어떤 길을 따라 얼마나 왔을까. 앞길은 푸른 색으로 묻혀 있지만 지나온 길만은 하얀 물거품으로 명확하다.
뱃길이건 찻길이건 청풍호반의 길은 봄냄새가 가득하다. 물에도 산에도 파란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동글동글 뭉쳐 꽉 잠가놓은 마음을 호수 속에 스르르 풀어놓을 때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위해서다. 혼잣맘으로 계산을 놓아보는 그 못된 마음까지 다 받아주는 호수가 부러울 뿐이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사진: 장회나루에서 출발해 청풍나루로 가는 도중 옥순봉 근처의 청풍호수. 호수는 완전한 봄빛을 머금었다.
※매일신문 홈페이지(www.imaeil.com) 기자클럽 '박운석의 콕찍어 떠나기'를 클릭하시면 '청풍호 뱃길'찻길 드라이브'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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