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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화폭에다 산 하나를 담는다 할 때

그 뉘도 모든 것을 다 옮길 순 없다

이것은 턱없이 작고 저는 너무 크므로.

그러나 그렇더라도 요량 있는 화가라면

필경은 어렵잖이 한 법을 떠올리리

고삐에 우람한 황소 이끌리는 그런 이치!

하여 몇 개의 선, 얼마간의 여백으로도

살아 숨 쉬는 산 홀연히 옮겨 오고

물소리, 솔바람 소리는 덤으로 얹혀서 온다.

조동화 '시론'

세 수의 시조로 쓴 시론(詩論)이다.

시 쓰는 일을 그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첫 수에서 화폭에 산을 담을 때 재구성을, 둘째 수에서는 요량 있는 화가로서 한 법 즉 '고삐에 우람한 황소 이끌리는 그런 이치'를 터득해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몇 개의 선과 얼마간의 여백으로도 산을 숨 쉬게 하고, 덤으로 물소리와 솔바람 소리를 얻는다.

시조로 쓴 시론이지만, 확장해서 생각하면 이것은 곧 인생론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야 참다운 삶인지를 은연중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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