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는 은밀함이 생명이다. 이 세상을 모두 등지고 단 둘만이 전부인 상태로 펼쳐가는 것이 로맨스이다. 그래서 둘의 섹스는 늘 은밀함과 내밀함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디나 '변태'는 있는 법이다. 은밀한 둘의 섹스를 훔쳐보고, 또 훔쳐보도록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 속으로?. 대중 속에서 호흡하는 섹스? 창피함과 무안함을 무릅쓰고 본능의 힘에 이끌려, 해서는 안 될 곳에서 펼치는 러브신이 있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드레스 투 킬'에서는 미술관에서 달궈진(?) 남녀가 택시를 타자마자 뒷자리에서 섹스를 나눈다. 희한한 볼거리에 운전기사는 백미러를 조절한다. 여인은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치지만, 이미 몸은 뜨거워 질대로 뜨거워진 상태.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신음소리 뿐이었다.
이들 영화의 설정은 도발적이다. 그 숱한 러브호텔을 두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해야 하니 몸도 고생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화급한 섹스는 그만큼 본능이 뜨겁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대중 속에서 섹스를 한다고 모두 '본능의 동물'은 아니다. 더욱 애절하고 가슴 아픈 경우도 있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에너미 앳더 게이트'. 2차대전 최고 격전지의 하나인 스탈린그라드. 독일 히틀러와 소련 스탈린의 자존심을 건 전투가 펼쳐진 곳이다.
소련군은 병사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명사수 바실리(쥬드 로)를 영웅으로 부상시킨다. 바실리의 뛰어난 솜씨에 독일 장교들이 하나 둘 죽어가자 독일군은 최고의 저격수 코니그 소령(에드 해리스)을 투입한다. 바실리는 코니그와의 숨막히는 대결 속에서도 소련 여군병사 타냐(레이첼 와이즈)와 사랑에 빠진다. 타냐도 순수한 바실리를 좋아한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둘만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이다. 더구나 타냐를 좋아하는 소련 선전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도 장애물이다. 사랑을 속삭일 수 없는 최악의 상황. 그러나 그 속에서도 둘의 사랑은 꽃을 피운다.
내무반에서 나누는 둘의 섹스는 에로틱을 넘어 절절한 사랑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전장에서 돌아온 바실리. 병사들 틈에서 잠을 청한다. 그때 타냐가 다가온다. 좁은 침상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불침번만 그들 사이를 오갈 뿐이다. 타냐가 병사들 틈을 비집고 바실리의 가슴에 안긴다.
키스조차 나눌 수 없었던 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서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는 그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둘은 진한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손은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가쁜 숨은 더욱 거칠어진다. 불침번을 훔쳐본다. 타냐가 바지를 벗는다. 바실리는 그녀의 몸을 담요로 덮는다. 그리고 둘은 사랑을 나눈다. 타냐는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바실리의 입술에 포개며 감춘다. 짧은 순간 둘은 하나가 된다.
전쟁 속의 사랑은 더욱 가슴 아프고 애절한 법이다. 언제 죽음이 다가와 둘을 갈라놓을지 모른다. 사랑이 이뤄질 수는 있을까. 바실리와 타냐는 삶과 죽음의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고 또 그것을 키운다.
침상 속의 이 섹스신은 에로틱할 뿐 아니라, 진흙 속에서 핀 민들레처럼 가슴 아릿한 장면이다.
(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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