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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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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연이를 만난 것은 7, 8년 전 어느 봄이었지 싶다.

내가 맡고 있던 TV프로그램에서 아이의 수혈을 위해서 직접 혈액을 모으러 다니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게 됐는데, 그이가 바로 혜연이 아빠였다.

혜연이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아빠와 엄마에게 아이들의 치료비는 도달하기 힘든 산꼭대기였다.

결국 어려움을 견디지 못했던 엄마가 집을 나가고 만다.

돈벌이와 아이들 병간호와 집안살림까지, 부부가 나눠지던 짐을 고스란히 아빠 혼자 다 짊어져야 했다.

혜연이 아빠가 혈액을 얻기 위해서 군부대와 관공서, 학교를 전전하던 것도 바로 이런 말못할 사연 때문이었다.

혜연이의 사연이 방송되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혜연이네를 돕겠다고 나섰다.

성금이 줄을 이었고, 반찬을 만들어서 직접 갖다주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값진 성과는 혜연이 엄마가 돌아왔다는 것. 가출 이후에도 아이들 얼굴이 눈에 밟혀 눈물로 지새우던 날이 많았는데, 어느날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서 방송을 보고는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엄마가 돌아온 후 혜연이는 수술을 받았다.

하늘이 도왔는지 경과도 좋았다.

햇빛 좋은 어느날, 나는 서문시장에 가서 혜연이에게 줄 옷 한 벌을 사서는 혜연이 엄마를 만나러 갔다.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나를 보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삶과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인 눈물이었으리라. 어쩌면 세상이 아직도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눈물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혜연이는 그후로 몇 년을 넘기지 못했다.

혜연이네와는 한참 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 해 5월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서 혜연이가 결국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됐다.

뒤늦게 혜연이의 소식을 듣고는 며칠 동안 심란했다.

이럴 땐 방송의 보람보다도 한 가족의 아픔을 낱낱이 보여주는 방송이 싫어진다

5월이면 혜연이와 그 가족들 생각이 유난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다시 찾아왔다.

대구MBC구성작가 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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