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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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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나무 펴냄

50대 초반의 한 방송작가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쓴 사부곡(思父曲). 저자가 쓴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다. 아버지의 임종을 예감하면서도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 평생을 이름 없는 평교사로 살아오면서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족적을 아버지의 일기장을 토대로 방송작가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담아냈다.

어려서 코를 흘리면 코밑이 상한다고 종이나 걸레로 닦는 대신 입으로 빨아주던 아버지. 그렇게 빨아낸 콧물조차 뱉기가 아깝다며 삼키시던 아버지다. 저자는 아버지에 대한 그런 기억들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는 무명의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꽁보리밥에 신김치가 전부인 아이들과 늘 도시락을 바꿔먹던 '페스탈로치' 같은 선생님이기도 했다.

1976년 퇴직 1년을 앞두고 쓴 책에 실린 아버지의 일기원문에는 "내 도시락과 바꿔먹는데 요놈 밥이나 찬은 참으로 질색이다. 꽁보리밥이 물기가 질질하여 그나마 퍼지지도 안 했다. 찬은 묵은 김치조각. 돼지도 안 먹겠으며 한 조각 입에 넣으니 구역질이 난다. 뺨을 때리면서 먹으래도 못 먹겠지만 ○○이는 날마다 먹는데 나는 왜 못 먹을 거냐. 이를 악물고 전부 먹어 치웠다"고 적혀 있다.

우리 민족이 곤궁했던 시기인 1924년 태어나 배고픈 어린 시절을 살았고 배움의 기회조차 놓쳐야 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퇴직한 후 15년 동안 매일 자식들을 위해 새벽이면 찬물로 목욕재계하고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았다. 아들은 아버지가 써놓은 일기장을 읽으며 그런 삶을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사랑 속으로 빠져 든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펴내면서 자기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글인데다 아버지보다 더 숭고한 삶을 살아오신 분도 많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 저자는 '부모 앞에 자식은 누구나 죄인'이라며 '그것은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아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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