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래서야 내년 예산 받겠나?"

'마감임박' 손놓은 시·도…국회의원만 '발동동'

"대구시와 경북도가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닙니까."

대구시와 경북도에 대한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 시·도의 내년도 예산 신청은 이달말 마감이다. 이 때문에 다른 시·도는 자기 고장 국회의원들에게 내년도 사업 계획을 설명하며 예산 확보를 위해 진작부터 전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몇몇 의원에게 내년도 사업 신청 현황서류만 돌린 채 손을 놓고 있고, 경북은 아직까지 관련 서류뭉치 하나 전해주지 않고 있다며 의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부산·전남 등 다른 시·도가 예산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대구·경북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면서 "과연 내년 예산을 많이 확보하려는 열의가 있는지조차 궁금하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대구시·경북도는 '무덤덤'

대구·경북 출신 국회 예결위원들은 한나라당 4명(대구 곽성문·주호영, 경북 김성조·김재원), 열린우리당 1명(박찬석), 무소속 1명(신국환) 등 6명.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은 톱-다운(Top Down)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 예산 편성 전에 미리 손을 쓰지 않으면 시·도가 아무리 예산을 신청해 놓아도 무위에 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구시 관련 예산신청서는 대구 출신 의원 두 명에게만 전달됐고, 다른 의원들은 서류 구경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경북도는 9일 현재까지도 내년도 사업 신청현황을 내놓지 않아 의원들이 오히려 발을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은 "국회의원들을 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로는 공무원들이 더하다"면서 "경북도 공무원들은 아직도 전화 한 통화면 해결되던 예전의 권위주의 시절에 젖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개발에 대한 공무원들의 집요한 노력이 다른 시·도보다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의원(수성을)은 "좋게 말하면 대구·경북의 '양반' 습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해도 너무한다"면서 "이때쯤 되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서울에 와서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아예 체념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박찬석 의원은 "도와주고 싶은데 대구시에서 찾아오지를 않는다"면서 "과연 이래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무소속의 신국환 의원은 대구시와 경북도로부터 아무런 요청을 받지않아 지역구인 문경시와 예천군 예산만 열심히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타 시·도는 어떨까

주호영 의원은 "부산의 신항만 예산은 수조 원에 이르고, 광주 공무원들은 아예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원 의원도 "의원들에 대한 호남 공무원들의 관리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이미 지난 4월 중순 이후부터 서울에 올라와 살다시피 한다는 것이 부산 출신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의 말이다. 허 시장은 이미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강봉균 국회 예결위원장을 만났고 기획예산처와 건교부를 1차 방문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종전까지 서울 용산에 있던 부산시 서울 사무소를 세종로로 옮겼다. 예산을 용이하게 따내기 위해서는 각 부처가 밀집해 있는 세종로로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 인근에 경기도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도 관계자와 의원들 간에는 긴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손학규 지사는 수시로 국회에 나와 도 공무원들을 격려하거나 의원들과의 개별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경기도는 서울과 인접해 있어 비교적 의원 로비가 손쉬운 편"이라면서도 "손 지사가 한나라당 소속이라서 여당의원들과 껄끄러운 면이 있지만 개인적 안면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곤·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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