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공공기관 유치 '줏대없는 한나라'

"도대체 하자는 거야, 하지 말자는 거야…. "

26일 대구 J'S호텔에서 열린 대구경북공공기관 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현) 긴급회의 자리. 안택수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대구 북을)의 인사말에 상당수 참석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 의원은 "한나라당은 원칙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찬성한다"고 운을 뗀 뒤 곧바로 '공공기관 이전 불가론'을 강조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했다.

그는 △이전 후 수도권의 빈 사무실을 소화할 수 없고 △지방으로 옮기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시기가 맞지 않고 △노조가 결사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안 의원은 "정부·여당이 이전기관을 다 정해놓고 한나라당을 들러리나 세우려 한다"며 한나라당의 논의 불참 배경을 설명한 후 "대구·경북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공공기관이 올 경우 투쟁하겠다"고도 했다.

시당 위원장으로서 당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중견의원의 발언치고는 아주 적절하지 않은 듯했다.

이에 김형기 경북대 교수(국가균형발전위 위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2년 전 한나라당이 다수당일 때 통과시킨 법안이다.

수도권과 서울 언론의 반대가 격렬해지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정치적 손해가 있더라도 지방분권이라는 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지역에 광업진흥공사가 오든, 한전 유치가 어찌되든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대구·경북의 지지로 제1야당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지역 여론에는 아랑곳 않고 수도권 입장을 대변하는 당론(黨論)에 혀를 차는 이들이 많다.

예전에 누군가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다'고 했는데 이 문제를 놓고 볼 때 아무래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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