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달든지,

시든지,

가끔은

쓰든지,

구름까지 갔다 온 얘기나 풀어 주잖고

만상을 떠나와서도 너는 덤덤할 뿐이다

김영수 '한 사발의 맹물'

물은 자유롭다.

끝없이 순환하기 때문이다.

어디로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온 세상의 갖은 사연들을 물은 두루 안다.

그러나 그는 도무지 말이 없다.

단지 언제나 아무런 맛이 없는, 그 진정한 미감을 견지할 뿐이다.

일생을 한결같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물의 뜻은 바로 이런데 있지 않을까 싶다.

때로 덤덤하게 보일지라도 변치 않음으로 해서, 한 사발의 맹물은 존재한다.

존재의 이유를 가진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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