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오늘-'여성 농락' 박인수 검거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1954년 4월부터 1년여 간 무려 70명이 넘는 여성들을 농락한 박인수가 1955년 5월 31일 검거됐다. 그의 행각은 즉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학 재학 중 전쟁이 터지자 입대한 그는 해병대 헌병으로 근무하던 중 애인이 배반하자 타락하기 시작, 해군대위를 사칭해 고급 댄스홀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농락했다. 그 중 두 명의 여자가 그를 혼인빙자 간음 혐의로 고소해 체포됐던 것. 신분 탄로가 우려됐는지 수많은 여성 중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두한 여성은 네댓 밖에 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박인수는 혐의를 부인하며 "내가 만난 여성 중 처녀는 한 사람 밖에 없었다" "결코 결혼을 약속한 사실이 없었으며 약속할 필요도 없었다…. 댄스홀에서 함께 춤을 춘 후에는 으레 여관으로 가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었다"고 말해 세상을 경악시켰다.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던 1950년대, 자유로워진 성 풍속도 속에 여성의 정조'순결을 강조하던 이중의 윤리 잣대, 미군 문화를 통해 전파된 춤 바람과 댄스홀 등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발생한 이 사건은 당시 한국의 정신적'문화적 혼란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국을 술렁이게 만든 사건과 그 판결,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당시의 정신적'문화적 혼란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1886년 이화학당(현 이화여대)설립 ▲1948년 제헌국회 소집 개최 ▲1985년 제 1회 도쿄국제영화제 개막▲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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