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마추어가 희망이라고?

'서당 개 3년이면 풍월한다.'

무식한 사람도 식견있는 사람이나 조직곁에서 지내다 보면 견문이 넓어지고 유식해진다는 어린애들도 아는 속담이다. 아마추어도 프로집단이나 조직안에서 세월을 지내다 보면 자신도 프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서당 개도 개나름이어서 진돗개쯤 되는 녀석은 3년까지 갈 것 없이 1년6개월쯤만 지나도 풍월하는 수준에 닿을 거고 잡종개 같은 부류는 3년 아니라 6년이 가도 풍월은커녕 하늘천 자도 모를 수 있다. 서당은 그렇다치고.

정권이나 정부 조직에서는 어떨까. 정권을 평생 처음 잡아본 아마추어들이 프로급의 국정을 펼쳐가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집권역량과 전문성을 닦아왔다고 자부하는 팀이라해도 집권직후 금방 전문성을 펼쳐 보이기에는 약간의 세월이 주어져야 한다. 뽑아준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런 정도의 기다림과 인내는 약속된 의무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세월이 어느 정도 기간이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흘려보낸 세월은 어느새 2년6개월이 다 돼 간다. 정부조직이나 국가 관리가 동네 서당이 아닌 이상 초보 집권 개혁 그룹이라지만 보수 정권보다 나은 프로급 국정 능력과 전문성을 펼쳐보이라고 주어진 시간치고는 결코 부족한 세월은 아니다.

야당이나 국민들로서는 가급적 최대한 짧은 집권 기간안에 전문성 있는 국정 관리 능력을 보여줄 것을 투표로 주문했고 기대 속에 기다려 온 셈이다.

그런데 2년6개월이란 집권 기간의 반환점에서 전문성 과시는 고사하고 거꾸로 자기편(여당)으로부터도 '아마추어들이 나라꼴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유전게이트'S프로젝트'행담도 등 이해하기 힘든 일솜씨들을 보면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아마추어수준이지 프로들의 솜씨로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과 언론의 시선이 모두 그런데도 청와대의 정책기획위원장이란 사람은 스스로 자기입으로 '아마추어가 희망이다'며 아마추어정부란 비판이 부끄러울것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운오리 새끼가 커서 오리가 될지 백조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 정부가 부화시켜 키워가고 있는 건 미운 오리가 아니라 멋진 백조가 될 것이니까 계속 기다리기나 하라는 말로 들린다.

프로는 새 새끼의 솜털이 날 때부터 오리가 될지 백조가 될지 알아야 진짜 프로다. 다 큰 뒤에 '오리가 돼 버려 미안하다'며 세월 까먹고 사료값(세금)이나 축내는 건 프로가 아니다.

지금 집권 반환점에서 실책'의혹'비리와 주택정책'물가'실업률'생산성 등의 경제지표에서 서툰 국정의 시원 찮은 성적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조가 될성부른 흰깃털 한오라기라도 돋아나는 조짐이 보인다면 아깝고 답답한 세월이지만 더 기다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당과 청와대의 대립에서 보듯 가재조차 게 편을 안 들고 있는 마당에 아마추어가 나홀로 키우는 백조의 꿈에 나라와 4천500만 백성의 내일을 마냥 내맡기고 표류해가자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프로만이 세상을 지배하고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은 역사 속의 진리다.

실책과 시행착오가 꼬리를 잇는데도 아마추어가 희망이라고 뻗대는 청와대 사람 눈에는 빌 게이츠의 MS나 이건희의 삼성,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의 프로정신이 이뤄 낸 역사가 안보이는가 보다. 아눕굽타라는 프로 기술자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아눕굽타가 소속한 회사를 통째로 사들여 자기 사람을 만든 뒤 기술 개발을 밀고나간 빌 게이츠. 삼성그룹 산하 전사장단에게 세계적 인재를 구해오는 일을 가장 큰 경영실적으로 평가해주면서 삼성전자에서만 2만7천 명의 기술 인재를 확보한 이건희. 불과 4만 명의 병력으로 알렉산더, 히틀러, 나폴레옹이 점령했던 영토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세계를 150년간 정복, 휩쓸면서도 포로 기술 인재는 적군을 가리지 않고 6만 명이나 포섭, 신무기 등 기술 개발, 대 몽골제국을 완성시킨 칭기즈칸.

그들에게는 노무현 정권처럼 권력'인사권'정책결정권을 쥔 CEO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노 정권팀과는 달리 딱 두가지는 없다. 그것은 내편이면 아마추어라도 뽑아쓰고 내편 아니면 프로라도 있던 자리 밀어내고 심지어 써보고 실패한 아마추어도 내편이면 또 데려다 한 자리 더 챙겨주는 식의 '코드인사', 그리고 프로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아마추어가 희망이라 궤변하는 비프로적인 '아집' 그 두가지다.

물론 그들 중엔 퇴근 후 이불 속에서 "집권, 그거 막상 맡아서 해보니 운동권 때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한 게 아니네. 프로든 아마든 국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라고 독백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은 그나마 겸허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마추어라도 희망일 수 있다. 그런 사람의 귀에는 "이 정권, 빨리 세월(임기) 지나가는 수밖에 대책 없다"는 민심의 쓴소리도 들릴 것이다. 제발 프로가 못되면 겸허한 아마추어라도 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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