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문인수 '노룻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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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 한 마리 또 한 마리 노는 거 본다

저희들 말로 희롱하며 노는 거 본다

사랑아

해는 짧은데

떨어져 앉은 고갯마루

나 아무래도 그대를 떠날 수 없는지

그런 마음이 구불구불 길 구부리는 거

구부려 늑골 아래로 파고드는 거 본다

문인수 '노룻재'

노룻재에서 산새들이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며 '나의 사랑'을 생각한다.

해는 짧은데 홀로 떨어져 앉은 고갯마루.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그대를 떠날 수 없기에 그리움은 불시에 울컥 온몸을 뒤흔든다.

그런 떨리는 마음이 구불구불 길 구부리고 있는 것을, 구부려 종내 늑골 아래로 아프게 파고드는 것을 본다.

해 저물녘 애절히 그대를 그리워하는 한 사람, 어쩌면 그가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는 시편이다.

간절함이 많이 모자라는 이즈음의 사람살이에서 '노룻재'는 사랑시를 넘어 우리에게 진지한 자기 성찰의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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