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타워팰리스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슬럼가. 오늘날 서울의 한계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모습이다. 인구와 산업시설의 서울 집중. 그로 인한 지방 및 농촌의 소외. 늘어만 가는 도시 빈민층. 각계각층이 나서고 있지만 묘안이 없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저자 하시야 히로시는 제국 일본의 식민지 도시 건설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일본은 주로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기본적인 문화적 특징이 일본과 닮은 지역으로 식민지를 차지했다. 그렇게 넓힌 땅에는 '일본식 식민지 도시'들이 들어섰다. '피지배 민족'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도시화였다. 이 도시들은 크게 세 가지 형태를 취했다. 완전히 새로운 도시, 전통적 도시와 식민지 도시라는 이중 구조, 기존 도시와 식민지 도시의 병존 등. 하지만 이 각각의 도시들은 어떤 형태를 취했든 수위도시에의 집중화와 과잉도시화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을 거쳐 들어온 근대화는 서울, 타이베이 등 구 식민지 도시들에서 보듯 전통이 '서양화'와 단절된 무국적화를 불러왔다. 어디 그 뿐일까. 해방 후에도 이 같은 일본의 식민지 도시 계획 방법은 그대로 답습되었다. 서울만 하더라도 식민지기에 수립된 '조선시가지계획령'이 단어 몇 개만 바뀐 채 1960년대까지 그대로 사용됐다. 60년대 이후 비로소 종래의 도시 개발의 틀을 깨고 최초의 국토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식민지 시대의 영향을 완전 탈피하지는 못했다.
이 책은 서울, 타이베이 등 옛 식민지 도시가 형성된 과정과 모습을 통해 제국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한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일제 식민 지배의 잔재가 우리 삶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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