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이름은 김삼순' 종영 앞둔 김선아

"삼순이처럼 한번 살아봐요"

'못생긴 건 참아도 뚱뚱한 건 못 참는' 참 희한한 세상에서 서른 살 노처녀에 뚱뚱하기까지 한 여자가 안방을 휘어잡았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그 중심에 김선아(30)가 있다.

이 드라마를 위해 실제 7~8㎏의 몸무게를 찌웠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 혹은 눈물에 번진 마스카라로 범벅인 얼굴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거기에 입은 좀 거친가. 삼순이는 '야리야리하고 공주 같은' 드라마 여주인공에게 한 방 제대로 날렸다. 김선아는 그런 여자가 사랑을 느껴가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21일 종영을 앞두고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서 막바지 촬영에 여념 없는 그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이 몸이 아프다"고 했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도 했다. 한약은 상시 복용이며, 해열제도 꼬박꼬박 먹는다. 갑자기 살을 찌우는 바람에 위장에도 무리가 와 약을 복용 중이다. 영화 'S다이어리'와 '잠복근무'를 잇달아 마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드라마 촬영을 시작한 때문이다. "'잠복근무'에서 거친 액션신을 보여주면서 몸이 많이 상했는데 추스르지도 못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이 정도로 쓰러질 내가 아닌데…."

폭우가 쏟아진 한라산 등반 장면은 그의 연기 인생 동안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폭우가 쏟아지고 세찬 비바람이 불면서 카메라가 제자리에 서 있지 못했어요. 나도 바람에 휘청 날아갔습니다. 기분 좋더구만, 바람에 몸이 날아가니."

김선아는 작품의 인기 비결로 팀워크와 솔직함을 꼽았다. "드라마 출연 결정을 한 2월 말부터 감독님, 현빈과 매주 한 차례씩 만났다. 이후 정려원도 합류했다. 현빈과 처음엔 너무 어색했는데 조금씩 낯을 익혀갔다." 김선아의 제안으로 이뤄졌던 만남이다. "영화를 하면서도 난 감독이나 상대 배우의 생각,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알아야 이해의 폭이 커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드라마에도 적용했는데 정말 잘한 일 같다."

그리고 솔직함. 예쁘고 늘씬해서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여자가 아닌, 평범한 여자들이라면 "맞다, 맞다"라고 공감하는 데서 김삼순의 매력이 한껏 드러난다. "집에 있을 때 어느 여자가 색조화장까지 하고, 고운 옷 입고 다니느냐. 뚱뚱한 여자를 유심히 보면 대부분 허리를 똑바로 못 펴고 약간 구부정한 채 다리는 벌리며 신발은 질질 끌고 다닌다."

김삼순은 여성 시청자들의 정곡을 찌르고 대변했다. 그가 드라마를 촬영하고 난 후 가장 듣기 좋은 말이며,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글이 "나도 삼순이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시청자의 반응이다. "내 홈피에서 '삼순이로 인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순이처럼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을 봤을 때 제일 기분 좋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목표를 이뤘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계 원톱 배우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지금까지 연기 인생 중 가장 정점에 올라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여전했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 지금까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자는 정형화된 모습만 나오지 않았나." 영화와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를 통해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게 그의 속내. 드라마의 결말이 궁금했다. 해피엔딩이냐고 물었다.

"글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삼순이가 멋있게 삼식이를 희진이에게 보내고 자아를 찾아야 하는데, 워낙~에(삼순이 말투) 삼순이가 솔직한 애라서…. 모르겠다. 대본이 아직 안나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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