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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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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춘(1941~ ) '봄, 파르티잔' 전문

깎고 또 깎아서 더 이상 깎아 낼 것이 없는 뼈만 남은 언어이지만, 앙상하지 않고 오히려 단단하고 아름답습니다. 삶의 비밀을 포착하는 시인의 엄청난 시력(視力) 앞에서 우리는 압도됩니다. 존재와 생성, 혹은 본질과 변화로 갈라서 논쟁해온 서양 철학사를 단번에 뛰어넘는 놀라운 해석이지요.

봄의 생명력을 파르티잔의 폭력으로 읽어내는 시인의 독해력에 뭐라 토를 달 공간이 없습니다. '꽃'과 '새', '그리기'와 '울리기'의 대비도 절묘합니다. '지리산 골짜기'라는 근원공간으로 '떠나서' 그곳에 녹아드는 봄소식, 그것이 곧 겨울의 냉기를 물리치고 만상을 깨워서 생명의 밝은 빛 속에 일으켜 세우는 '봄, 파르티잔'의 모습이 아닌지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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