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숫자 '18'과 함께 돌아왔다. 누가 싸이 아니랄까봐 앨범 재킷에는 숫자 '18'이 두번이나 쓰여있다. 빨간 동그라미 그 한가운데로 '금지'를 의미하는 선이 가로지르는 '18'과 앨범 제목 '18번'.
이 숫자를 보면서 혹시 수상한(?) 생각을 했다면 잊어라. '18번'은 그의 애창곡을 의미한다. 이번에 그가 들고 돌아온 앨범이 바로 리메이크 앨범이기 때문이다. 30일 있을 공연 연습에 한창인 싸이를 늦은 저녁 그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지난 1월 훈련소에 들어가 있었던 4주 동안 구상했어요. 제가 좀 잡생각이 많은 편이라 평소에는 집중이 잘안되는데 몸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집중이 잘 되더라구요. 2월부터 작업에 들어갔지요. "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싸이가 지금까지 공연에서 많이 해왔던 곡들, 다른 가수에게 줬던 곡들, 좋아하는 곡들이 고루 들어있다. 타이틀곡은 시원시원한 멜로디와 가창력이 가슴을 뻥 뚫어주는 정수라의 '환희'이다.
이 곡은 싸이의 손길을 거치자 거침없고 눈치따위 보지 않는 곡으로 돌변, 두배 시원해졌다. 그는 이 곡의 주제를 '패싸움'으로 정하고 이 곡에서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나의 에로댄스보다 케이블의 외설영화보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건 뉴스라고 본다 뱃지 달고 완장 달고 패싸움하면 리플달고 학교에 가서 연예인을 따라하듯이 어르신들 패싸움도 따라하겠지'('환희' 中)
"원곡의 의미는 사랑이지만 저는 화합을 말하고 싶었어요. 정치판을 보면 사람만 바뀌고 늘 똑같은 그림을 계속 보잖아요. 그 사람들 빼고 우리끼리 화합하자는 그런 내용이에요. 편곡은 가능한 원곡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했어요."
김현식의 '사랑했어요'와 '사노라면'도 싸이가 다시 불렀다. 싸이의 칼칼한 목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처럼 의외인 곡들도 있다. 이 곡들은 원곡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예전 노래는 정말 멜로디 하나로 승부해요. 저도 그렇지만 요즘 곡들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잡기가 많이 들어있거든요. 리메이크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고 존경심도 많이 생겼어요. 그 시대 멜로디에 지금의 세련된 사운드를 입히려고 노력했죠."
반가운 곡들도 있다. 신촌블루스의 '골목길'과 신해철의 '도시인'. '골목길'은 조PD의 랩까지 더해져 힙합의 맛이 가득 느껴지는 블루스 곡으로 변신했다. 신해철이 직접 편곡하면서 스스로 만족해했다는 '도시인'은 춤출 수 있는 록(Rock)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최근 가요계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리메이크 앨범 열풍은 '너무 쉽게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 그는 이에 대해 "침체된 가요계를 리메이크 앨범으로라도 극복하려는 것을 욕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리메이크 앨범이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는 등 순기능도 많다는 것.
그의 리메이크 앨범은 이것 외에도 중요한 역할이 또 있다. 바로 공연에서 레파토리를 늘리는 것이다. 그의 공연은 '화끈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공연이 정말 너무 미치도록 좋다"며 공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공연에 1만명이 드는 것에 비해 히트곡 수가 너무 적어요. 히트곡은 음악만으로도 분위기가 뜨는데 관객들이 잘 모르는 곡일 경우에는 연출이 많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연출이 많이 들어가면 돈도 많이 들어가고."(웃음)
공연에 대한 사랑은 CD와 함께 들어있는 지난해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 콘서트' 실황 DVD에서도 느낄 수 있다. CD 한장 가격으로 공연까지 볼 수 있는 것. 그러나 이번에 DVD를 함께 주는 것은 돈받고 팔기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이다.
"DVD도 5개월이나 걸려서 제가 다 편집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카메라 수도 적고 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올해 공연에서는 카메라를 30대 정도 설치해서 내년에 정말 제대로 된 공연실황 DVD를 내고 싶어요. 그러면 돈을 받고 팔 수도 있겠죠."
올해 29살, 내년이면 '서른 즈음'이 되는 그에게 30대에 이루고 싶은 것을 물었다. 대답은 역시 "관객들이 제일 많이 오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것. 앨범 발매와 함께 그의 진가를 보여줄 공연도 기다리고 있다.
싸이는 30일 오후 6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서문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서울 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다음달 27일 오후 8시 서울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는 2집을 낸 가수 렉스와 함께 합동공연 '올나잇 부비'를 갖는다.(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