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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 동물들의 '여름나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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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동물들의 여름 나기도 힘겹기만 하다. 좁은 우리 안에서 한 여름을 버텨야 하는 동물들이 탈진이라도 할까봐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한낮 최고 기온이 30℃ 이상을 오르내리는 26일 오후 달성공원. 무더위에 지친 82종 1천262마리의 동물원 식구들이 더위 식히기에 빠져 있었다.

'동물의 왕' 사자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늘 한 구석에 긴 몸을 늘어뜨려 움직임이 없었다. 구경 나온 아이들이 고함을 질러보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벵갈 호랑이도 그늘에 쪼그려 앉아 꼼짝하지 않은 채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더위에 강하다는 침팬지 '알렉스'도 이날 만큼은 자신을 부르는 구경꾼들의 관심이 귀찮다는 듯 늘어뜨린 팔이 무거워 보이기만 했다.

더위를 싫어하는 것은 코끼리도 마찬가지다. '복동이(수컷)', '코순이(암컷)'는 땀을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귀를 펄럭거리거나 바닥의 흙을 온몸에 뿌려대면서 체온을 낮추고 있었다.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조류들도 여름이 달갑지만은 않다. 햇빛 차단막 아래 그늘이 유일한 피서지.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계절 변화가 분명한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면서 여름 더위에 민감해졌다. 사육사들은 "1년 내내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에게는 추위보다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여름은 동물들이 식욕 부진과 운동 부족으로 기력이 떨어지는 데다 전염병 우려도 있어 동물원에 비상이 걸리는 시기. 일사병 주의보도 내려졌다.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8월말까지 집중적으로 야생동물들의 더위 탈출을 돕고 있다.

사육사들은 먹이를 얼음 속에 얼려 넣어주거나 소방호스를 이용해 샤워를 시키고 차광막을 설치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공작, 침팬지, 늑대, 물개 등 7개 우리에 그늘막을 설치했고 코끼리, 사자, 곰사 등에는 수조에 물을 받아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더위에 약한 오타리아, 에조불곰, 말레이곰, 쟈가 우리에는 자주 물을 바꿔주고 제철 과일을 넣고 꽁꽁 얼린 얼음으로 더위를 잊도록 하고 있다. 또 전염병 예방을 위해 주 1회 방역을 실시하고 영양제 주사도 매주 한 두 차례 놓아주고 있다.

배광용 수의사는 "여름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영약식은 물론 환풍시설 점검, 배수로 정비 등 쾌적한 환경유지를 통해 동물들의 여름나기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 달성공원 코끼리들이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로 더위를 식혀 주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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