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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눈이란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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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눈부터 늙는다는데, 정말 눈이 아프다. 대학종합평가 준비니 뭐니 해서 방학에도 이어지는 잡무에, 주로 노려보는 것이 컴퓨터 화면의 숫자로 가득한 액셀파일 아니면 잘디 잔 글자로 가득한 도표들이다보니, 붉게 충혈된 눈자위가 맑아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 눈으로도 여전히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여전히 버리지 못한다. "본다는 것은 인식한다는 것이며, 인식한다는 것은 전체 중의 부분만을 파악한다는 것이기에 눈이란 진정한 감옥이다."

이쯤 되면 '百聞 不如一見'이라는 명제는 빛을 잃는다. 국정원 도청 사건으로 한참 나라가 시끄러운데, 단지 '들은 것'에 지나지 않을 테이프는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되는가? 그렇지만 '눈의 역사 눈의 미학'(2004년)에서 임철규 교수가 한 이 말은 두고두고 음미해 봐도 진리이다.

'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스켑테온(skepteon)이 '회의'(懷疑) 또는 '회의론'(skepticism)이란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게다가 '관점'(觀點)은 무엇인가. 그야말로 세상을 '저마다의 색안경'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 아닌가.

불상들을 보자. 다들 눈을 반쯤 깔거나 아예 감고 있다. 대신 이마에는 빛을 발하는 백호(白毫)가 있다. 이것이 바로 '제3의 눈', '지혜의 눈'이다. 눈이 본 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으므로 존재의 실상과 진리를 바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두 눈 부릅뜰 일이 아니다. '눈뜨고 코 베이는' 판에 눈 감고 살 수는 없다면 이건 알아야 겠다. 보이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박일우 계명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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