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오늘-'사의 찬미' 윤심덕 자살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쓸쓸한 세상 적막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행복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사의 찬미' 중)

1926년 8월 4일 한 쌍의 남녀가 현해탄에 투신, 다음 날 신문에 실리며 온 조선 땅을 술렁이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소프라노) 윤심덕과 목포의 갑부이자 유부남이었던 희곡작가 김우진이 정사(情死)한 것이었다.

일제시대는 개화기를 거친 전통 사회가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며 사상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급변하던 시기였다. 그래도 전통의 힘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던 때, 이미 아내가 있는 김우진과의 사랑은 그 시작부터 불행을 안고 있었다. 세상은 도저히 두 사람의 관계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

'사의 찬미'는 마치 두 사람의 자살을 예견이라도 하는 듯 삶의 허무함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 비운의 사랑 얘기와 함께 날카롭고도 절망적인 창법으로 이 곡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우리나라에 유행가라는 것이 생겨나는 계기가 될 정도로 크게 사랑받았다.

자살은 그들의 사랑을 완성시켰을까?

▲1792년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 출생 ▲1996년 남산 안기부 청사 철거.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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