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쌈짓돈

공직에 근무하는 한 남편의 생각에 맞벌이하는 아내가 틀림없이 비자금 주머니(?) 하나쯤 차고 있음직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남편이 꾀를 냈다. 공직자 재산등록 때 가족의 숨겨진 재산이 있으면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위협하자(?) 놀란 아내가 꼭꼭 숨겨 둔 통장을 꺼냈다. 상당한 액수의 통장을 확인한 이 남편, 아내의 알뜰살뜰함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남몰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우리나라 주부의 90% 정도가 쌈짓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방 은행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짐작된다. 여성포털사이트 팟찌닷컴 등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부들은 평균 100만~ 500만 원대의 비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갤럽 등이 조사한 서울 강남과 분당'일산 등 신도시 주부들의 경우 전체의 43% 정도가 쌈짓돈을 갖고 있고 액수는 평균 2천200만 원대였다.

◇ 비자금 유형으로는 반찬 한 가지라도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등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는 알뜰형에서 부터 집안 행사 비용을 저렴하게 들이는 지혜 등을 통해 목돈을 모으거나 매달 생활비에서 일정 금액을 뚝 떼어 내 본인 통장에 입금시키는 큰손형, 신문 배달이나 전단 돌리기 등 부업 활동으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부업형 등 다양하다.

◇ 가족 몰래 모으는 비자금인 만큼 돈의 은닉처(?)는 매우 중요한 문제. 전업 주부는 '안방 서랍', 맞벌이 주부는 '회사'를 첫손 꼽고 있다. 때로는 애교스런 방법으로, 때로는 스릴 넘치는 방법으로 모은 비자금을 어디에 쓰는가 하는 문제에선 "아직 안 썼다"라는 응답이 대부분. 하지만 남편의 사업 자금 등 급한 일이 생길 때, 남편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거나 자녀를 위해 돈이 필요해질 때를 대비해 모은다는 것이다.

◇ 재미있는 것은 남편들의 83%도 아내 몰래 쌈짓돈을 갖고 있다는 것. 용돈에서 쪼개거나 월급에서 몰래 떼어 놓기,재테크 등의 방법으로 마련한다는 데 숨기는 장소로는 사무실 서랍과 서재 서랍 등이 애용된다. 또한 전업 주부의 69%, 맞벌이 주부의 67%가 남편이 쌈짓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여기는 데 비해 남편들은 77%가 아내의 쌈짓돈을 추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부부들의 쌈짓돈 소지율이 이처럼 높고 보면 앞으로는 서로가 안방 서랍과 서재 서랍을 호시탐탐 눈여겨보는 진풍경이 벌어질 법도 하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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