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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화상상봉 뒷얘기/남북 가족 '50년 거리'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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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도 분단이래 첫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이뤄졌지만 체제와 이념이 여전히 한반도를 갈라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대형 TV화면을 통해 헤어진 북측 가족을 만난 남측 가족들은 '이렇게 만나게 해주신 것은 위대하신 수령동지의 은덕(恩德)'이라는 말에 아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남측가족은 '장군님'께서 모든 일을 계획하고 인민들을 잘 영도하고 있다고 말하자 '장군님'을 '장모님'으로 잘못 알아듣고 '아! 장모님께서 아직 살아계시냐? 훌륭하신 분!'이라고 답해 북측에서 정색을 하며 다시 '장군님'이라고 말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북측가족은 모두 체제나 이념, 경제적 어려움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대화는 피했으며 화상상봉을 하는동안 한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등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 가족은 전했다.

너무 오랫동안 서로 다른 환경속에 살아왔던 탓인지 주어진 2시간을 모두 채운 가족도 없었다. 혈육의 애틋한 정과 상봉의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고 대체로 1시간 남짓 대화를 나눈 뒤 화상상봉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서로 다른 말투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북한사투리로 의사소통에 다소 차질을 빚어 진행요원이 통역이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 가족은 귀도 어둡고 북한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대화를 중단한 뒤 적십자 본부와 연락해 결국 10여분 뒤 친척 1명이 들어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상봉을 마치고 나온 한 가족은 "혹시나 북측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 얘기했다가 북한에서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될 수 있으면 신분이나 옷차림 등에 관해서도 묻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구호복지팀 조욱(44)씨는 "화상으로 대화하는 만큼 불편한 점, 유의해야 할 점이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북측과 남측의 서로 다른 체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보다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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