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혼인, 소중한 인연을 사랑으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혼인은 예로부터 인륜대사로 가장 소중히 다루어져 왔다. 수많은 남성과 여성 중에서 오직 한 쌍이 부부로 선택되어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하고 자손을 생산하며 다음 세대를 이어나가는 인연은 숙명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혼인을 생민지시(生民之始)요 만복지원(萬福之源)이라고 보는 시각도 그렇게 과한 표현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서구 사람들은 혼인의 인연을 단순히 우연적이라 경시하면서 개인적인 향락을 가정 밖에서 추구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이런 탈(脫)가정 문화는 부부관계의 파탄과 청소년의 사회적 문제 등 물질문명의 한계로 드러나고 있다. 선진국의 한 예를 들면 혼인 뒤 15년 이내에 43% 이상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그런 선진국의 청소년을 흔히 '고독한 이리떼'라고 표현하는 학자들도 있다. 인류가 지향하는 이상(理想)이 진정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목적은 행복에 있다'라고 말하지만 도덕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쾌락이나 향락은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자리로 되돌아가는 길은 오직 가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때만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혼인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부부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평화롭고 즐거운 안식처로서의 가정이 되어야 하고 노후의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가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퇴폐적인 서구의 탈가정 문화를 본받아서는 안된다. 토인비가 우리의 가족 형태를 "희망이 있다"라고 찬양한 표현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또한 혼인은 물질과 명예, 그리고 형식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물질의 소유량과 행복지수는 결코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형식이나 체면을 지나치게 소중히 여기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서 1년에 약 40만 쌍이 혼인을 하는데 무려 30조 원이 소비된다고 한다. 매년 30조 원을 지출하고도 고통 속에 지내는 것이 우리의 혼인문화인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혼인의 인연을 천생연분으로 확신하고 끝까지 의지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혼인절차만은 정중하고 경건하게 다루고 낭비요소는 과감히 청산하라. 그럼으로써 부모에게 의지하는 유치한 미성년 사회문화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라."

권오범(전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