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험생 뒷바라지/가족 모두 사기 북돋워줘라

수능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맘때쯤이면 많은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운명철학관 같은 데서 자녀의 입시 결과를 물어본다. 신문에 실리는 오늘의 운세를 보듯이 재미삼아 가볍게 넘기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일부 학부모는 터무니없는 예언에 마음이 흔들린다. 이렇게 생긴 부모의 근거없는 불안감은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돼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다. 어떤 시험이든 가족이 낙관적인 자세로 후원할 때 수험생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 사례1

지역 한 선생님이 고3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수능시험을 석 달 정도 남겨 둔 시점에서 한 어머니가 파랗게 질려 찾아왔다. 이유는 점쟁이에게 물어보니 올해 입시에서 아들이 실패한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담임은 그 사실을 아이에게 절대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입시를 성공시키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점쟁이에게 물어봤더니 올해는 무조건 소원 성취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아들에게 거짓말하라고 한 것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니 아들은 빈말인 줄 알면서도 몹시 기분 좋아하며 공부에 몰두했고 그해 명문대 전자공학과에 수석 합격했다. 의학에서도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다. 가짜 약이라도 진짜라고 믿으면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수험생을 둔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온 가족이 낙관적인 마음 상태를 유지하면 결과가 좋아질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높다.

▶ 사례2

B양은 현재 재수를 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시험을 치기 전까지는 고교 자연계 전체에서 3등 안에 들었다. 다른 과목은 거의 만점 가까이 나오는데 수학만 80점 정도 나왔다. 수능시험 석 달 전에 어머니는 수학을 집중적으로 보충하기 위해 유명하다는 과외 선생님을 초빙했다. 1주일에 두 차례씩 집에서 개인지도를 받았다. 과외 선생님은 항상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풀게 했다. 많이 틀릴 수밖에 없었고 선생님은 B양의 어머니에게 수학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3일씩 저녁 시간에는 과외 선생님과 오로지 수학만 공부했다. 선생님은 응용력이 없다고 늘 나무랐고, B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학 문제만 보면 두려웠다. 두 달 후에는 다른 과목 성적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험을 목전에 두고는 모든 과목에서 자신감을 잃었다. 실제 수능 시험에서 수학은 평소보다도 못한 70점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원서조차 낼 수 없었다.

◇ 낙관적인 자세는 기적도 일으킨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모든 생활이 수험생 중심으로 진행된다. 교실과 고사장에서 직접 뛰는 것은 학생이지만 실제로는 가족 모두가 숨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래서 입시는 한 가정의 총력전이라고 한다. 가족은 수험생의 사기를 북돋워줄 수도 있지만, 수험생을 성가시게 하거나 초조하게 해 편안하게 공부에 몰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수능시험일이 다가올수록 가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수험생을 현명하게 뒷바라지하기 위해 한 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할 사항들을 짚어본다.

▶ 남과 비교하지 말자=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자녀가 다소 못마땅해도 잘 참는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감정이 폭발하면 자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간혹 어머니나 아버지 친구의 자녀, 혹은 친척의 자녀를 들먹이며 본받으라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의 꾸중은 십중팔구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꾸중은 수험생의 의욕을 꺾어버리고 반항심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 유언비어성 정보에 현혹되지 말자=모든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공유되는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의 부족보다는 정보의 과잉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입시와 관련된 정보가 특히 그렇다. 시중에는 수능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온갖 근거 없는 소문이 난무한다. '누구는 지난해 보름 과외로 어느 과목을 만점 받았다, 올해는 어느 책에서 나온다, 어느 학원은 어떤 과목을 잘하고 어느 선생은 무엇이 유명하다.' 이런 소문은 특정 학원이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위로 유포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인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에서는 이런 허위 정보가 학부모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한다. 대책이 막연할수록 헛소문은 많이 돌고, 손에 잡히지 않는 내용일수록 과외 단가는 올라간다.

▶ 수면과 아침식사를 챙기자=아침을 거르면 오전에는 몽롱한 상태로 집중을 못하기가 쉽고, 점심때는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오후 시간에는 폭식의 영향으로 졸음을 견디기가 어렵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은 하루 종일 비몽사몽의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일어나서 바로 식사를 못하면 학교에 가서라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잠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4시간 자고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밤에 충분히 자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졸 수밖에 없다. 수험생의 가장 달콤한 휴식은 잠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생활이 즐겁지 않고 집중력과 학습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가정에서는 몇 시간 자야 한다고 말하지 말고 충분히 자고 깨어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라고 말해야 한다.

▶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집의 여건이나 분위기가 독서실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얼마든지 집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는데 독서실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대개 집에 있으면 TV나 컴퓨터와 같은 유혹 요인이 많다, 자고 싶은 유혹을 극복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집에서 이런 장애 요인을 극복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도 공부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학생들이 독서실에 출입하는 이유는 부모의 감시와 감독을 피하고 싶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동병상련을 달래고 싶기 때문인 것이 보통이다. 자녀가 독서실에 가는 가정에서는 이런 점을 잘 헤아려 보고 독서실을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밤 11시 넘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하고도 그 이후 시간에 독서실에 간다. 이는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 독서실에서 밤 한두 시까지 있다는 것은 활력 있는 수험 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독서실 생활로 인한 야행성 습관을 가진 학생은 어떤 경우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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