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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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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 특히 직장인들에게 큰 무게로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허둥지둥 출근해 상사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으면 수북이 쌓인 '웬수같은' 서류더미가 빚쟁이 빚 독촉하듯 가슴을 압박한다. 게다가 단계적인 승진 계획, 아니면 10년 내 10억 만들기 같은 거창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마음은 더 바쁠 수밖에 없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빠듯하고….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한 자원의 하나가 '시간'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웰빙'이니 '참살이'니 하는 신조어들이 의미하는 생활방식이 우리네 일상의 가장 중요한 코드가 되고 있다. 생활의 겉껍질이나 규모보다는 질(質)을 더 중시하고 '여유'와 '느린 삶'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인데 가끔은 손목시계를 풀어 놓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재깍거리는 초침에 눈과 귀를 빼앗기지 않는 그런 여유로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 시간이 궁금해질 때면 옛사람들처럼 하늘 빛깔을 살펴보거나 멀리 교회당 종소리를 듣거나 아니면 배꼽시계로 시간을 가늠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영천에 있는 300여 년 됐다는 고가(古家)에 가보았다. 마을의 외진 모롱이, 단아한 연당(蓮塘)을 앞에 두고 빽빽한 대숲이 둘러쳐진 고옥에는 70, 80대의 노부부가 살고 있다. 낯모르는 길손에게 들어와 쉬어가라는 넉넉한 인정도 그러려니와 사방 보이는 것마다 경이롭다. 차 소리, 사람 소리가 완전히 끊긴 가운데 들리는 것이라곤 대숲과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풀죽은 매미소리뿐. 맨드라미에 올라앉은 청개구리며 장독대 주변 난쟁이 채송화를 디카로 찍느라 정신없는 친구의 뒷모습이 시간을 잊게 만든다.

하루는 공자(孔子)가 제자들에게 포부를 물어보았다. 모두들 정치적 야심을 토로하는데 오직 증석은 말했다. "늦은 봄, 봄옷이 지어지면 어른 대여섯 명, 아이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無雩: 산 위의 기우제 제단)에서 바람쐬고,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명리(名利)를 잊고 유유자적하겠다는 그 말에 공자는 크게 감탄하여 "나도 증석과 생각이 같다"라고 말했다. 모름지기 여유란 마음 한 모퉁이를 비워야만 얻을 수 있는 법. 그러기에 때로는 시간을 잊어버리는 법도 배워야 하리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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