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환경 농산물 푸대접 80% 이상 헐값판매

농약 덜 쳐 모양새 나빠 하급취급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봐야 일반농산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농가 빚만 늘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현실입니다."

영천시 금호읍에서 올해 5년째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김주영(50·영천시 금호읍 신대리)씨는 포도 출하 제철을 맞았지만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가락동 농산물공판장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최상급의 5㎏짜리 포도 1상자를 일반농산물보다 싼 6천500원에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보다 20%가량 값이 비씨지만 판로가 없어 일반농산물과 같은 취급을 받기 일쑤다. 게다가 무농약과 저농약 등 친환경 인증 농산물은 농약 친 과일보다 모양새가 떨어져 일반 농산물보다 하급으로 취급받는 게 다반사다.

김씨는 "내년부터는 농산물 인증을 포기하고 일반농산물 생산방식으로 과수 농사를 지을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이 같은 현상은 복숭아(환타지아·미백)와 사과(홍로·아오리) 등 다른 친환경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영천시 임고면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복숭아와 사과를 생산한 한상열(57·영천시 임고면 우항리)씨는 최상품의 복숭아를 공판장에 내놓았으나 4.5㎏짜리 1상자에 일반농산물 가격과 같은 1만5천원을 받았다.

한씨는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권장했으면 안전한 판로도 보장해야 하는데, 판로는커녕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친환경 농산물을 계속 고집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영천지역의 친환경 재배 농산물은 30여 종류에 이르며, 전체 농산물의 3%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20%만이 친환경을 인정받을 뿐 80%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헐값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친환경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높은 백화점과 전문매장 등이 소수의 계약 재배농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영천시 과수원예과 윤광서 과장은 "친환경 농산물이 제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최근 친환경 인증농가들이 하나둘씩 일반재배법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면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친환경 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경매하는 공판장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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